반도체株, 업황 좋은데 금리 발목…주도주 전환 언제?

by이은정 기자
2021.03.16 03:30:00

KRX 반도체 지수 하락…"금리, 반도체 PER에 영향"
"2Q 실적 장세 예상, 반도체 다시 주도주 전환 기대"
최선호주 SK하이닉스…장비·소재 업체도 수혜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금리 상승 영향으로 조정 국면을 맞았던 국내 증시가 2분기부터는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정폭이 컸던 기술주·성장주, 특히 반도체 업종이 실적 장세와 맞물려 다시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지난주(3월 8~12일) 0.23%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0.93%)와 코스닥 지수(+0.22%)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국내 업종 중에서 반도체가 부진했다는 의미다. 미국 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관련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다.

이날도 코스피 지수가 8.68포인트(0.28%) 하락한 3045.71에 마감한 가운데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도 주춤했다. 15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21%(1000원) 내린 8만1800원, SK하이닉스는 2.50%(3500원) 내린 13만6500원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두 회사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지속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이렇다 할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지속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46조184억원과, 10조4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109.0%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기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반도체 업종 주가의 주당순이익(EPS)와 주가수익비율(PER) 중 PER 측면에서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 우려는 기술주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며 2%대를 넘어선다면 신흥시장의 배당수익률(MSCI EM 기준 지난 12개월 배당수익률 2.36%)에 근접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기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는 기술주와 반도체 등 성장주에 볕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금리로 인한 조정 국면을 지나 2분기에는 실적 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로나19 감염자 수 축소,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통과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관련 자금이 다시 기업 품으로 들어가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이는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 이익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반도체 수출액도 증가세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152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5% 늘었다. 이중 반도체 품목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5% 늘어난 84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전체 ICT 수출액을 이끌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ER(기업실적 상하향 조정비율)을 보면 성장주 중 IT 하드웨어와 반도체가 좋아지고 있다”며 “국내외 금리가 여름을 지나면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조정폭이 컸던 기술주·성장주가 다시 주도주로 부상될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소비, 금리상승 수혜 업종, 2분기 중반부터는 반도체 등 실적 호전주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대 초반에서 유지, SK하이닉스는 18만원대까지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흥국증권은 반도체 실적 호조 요인을 △PC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수요 초강세와 클라이언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cSSD) △2분기 아마존·구글 등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신규증설 증가로 인한 엔터프라이즈 SSD 증가를 요인으로 꼽았다. 낸드 가격 반등 시기는 올해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겨지고, 고정가격도 3~5% 늘어나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투자는 D램 계약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에 분기 계약 가격 전망을 기존 1분기 +7%→6%, 2분기 +10%→13%, 3분기 +10%→8%, 4분기 +5%→8%로 변경했다.

반도체 대형주 최선호주로는 SK하이닉스가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2분기까지는 미국 오스틴 공장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중단 영향이 반영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만큼 대규모 투자 발표나 오스틴 웨이퍼 아웃풋 정상화 등 계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소재 업종도 수혜가 기대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폭이 예상치를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장비 입고 시점이 앞당겨지고, 연간 생산능력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며 “판가가 상승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인 시너(Thinner)와 불산 웻 케미칼(Wet Chemical)도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장비 업체인 원익IPS(240810), 테스(095610)와 시너 공급사인 동진쎄미켐(005290),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