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칼럼]자본주의의 강점은 혁신이고 약점은 사람이다

by김정유 기자
2020.12.25 06:00:00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자본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 무엇일까? (사람)이다. 시장을 위해 사람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강점은 혁신이지만 약점은 사람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진정한 자본주의란 사람과 혁신을 통합하고 어느 것도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보이는 손(visible hand)으로서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가정신도 초기에는 혁신만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의 성과를 개인 기업가가 독점해서는 안된다. 함께 하는 직원이나 고객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에는 지적자본이 중요하지만, 인간생활에는 감정자본관리가 중요하다. 아담스미스는 혁신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제안했고, 감정자본관리를 위해서는 공감을 특효약으로 제안했다.

경쟁이 심한 나라의 약점은 무엇일까? 국민들은 웃음이 적고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인 경향이 많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규율이 엄격하고 웃음이 적은 국민을 위해 국민을 웃게 하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이때 웃음프로젝트를 주도할 책임자로 인도네시아 사람을 강사로 초빙했다고 한다. 내가 다녀본 나라들중 가장 잘 웃는 국민은 인도네시아인이다. 인도네시아는 웃기만 해도 굶지 않는 나라이다. 옛날 인도네시아에는 우울한 공주를 웃기기 경합에서 이긴 사람이 왕이 되는 시절도 있었다.

많이 웃을수록 더 건강해진다. 웃음의 어원은 헬레(hele)이고 건강(health)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인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웃을까? 한국인은 14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웃음이 적고 평소에도 화난 듯한 인상을 하고 있다. 한국인은 이처럼 너무 심각하게 살고 있다. 김석균 원장의 칼럼에 의하면, 어른이 되면서 웃음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아이들은 생후 2~3개월 이후 하루에 400번 이상 웃는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서 점차 웃음의 휫수가 줄어들어 평균 14회 정도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인도네시아인은 하루에 150번 정도 웃는다. 인도네시아인은 우리 보다 더 어렵게 살지만 더 밝게 살고 있다.

대한한국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나라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10위다. 우리나라의 ‘블룸버그 혁신지수’ 순위는 지난 7년간 세계 1위를 기록해 왔다. 그러나 한국민들의 노인자살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게다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점점 도를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 강의, 토론을 보자. 웃음이 거의 없다. 방송과 토론에서는 똑똑한 지식을 동원해서 상대방에 대한 가혹한 공격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마치 지식의 경연장처럼 상대방의 장점에 대해서는 안중에 없고 약점을 찾아 쑤셔대기 바쁘다. 그런다고 시청자나 상대방이 공감하고 설득될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다음 기회에 복수를 다짐하는 시간만 됐을거다. 웃을수록 시청자는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고 공감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회의나 대화에서 강점관리를 추천했다. 긍정적 탐구(Appreciative Inquiry)의 AI를 강조했다. 상대방을 볼때 강점을 70%쯤 보고 칭찬하고, 그 이후 약점을 30% 정도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회의가 끝나고 나면 자신의 약점으로 보완하는 자발적 노력이 일어날 것이다. 드러커식 리더쉽이란 조직의 강점을 잘 정렬함으로써, 결국 조직의 약점들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요즘 모두 인공지능의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이야기 하지만 중요한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 안에 답이 있다. 이들을 움직이는 긍정적 탐구의 AI(Appreciative Inquiry)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자본주의에는 말로 따지고 계산하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신피질자본주의와 공감하고 행동하는 감성적 변연계자본주의가 있다. 변연계안에는 공감을 느끼게 하는 공감신경세포인 거울뉴런(mirror neuron)가 있기 때문이다. 변연계는 꿈과 감정의 제작소이자, 행동의 중심지다. 아담스미스는 자유시민사회에서 인간질서의 제 1원리가 공감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생존의 비밀은 공감이라는 점에서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한다.고로 존재한다)’를 제시했다. 사람은 변연계적 인간으로서 공감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주목한 것이다. 공감하기 때문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활동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변연계자본주의 트렌드는 2002년 다니엘 카네만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후 행동주의 경영경제학의 핵심연구과제가 되고 있다. 두뇌에서 신피질(Neo Cortex)은 이해, 분석, 언어의 기능을 하는 반면, 변연계(Limbic Brain)는 의미, 꿈, 감정, 신뢰, 충성심을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거울뉴런이 활성화될수록 사람의 공감능력은 커지게 된다. 변연계적 인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신피질로서의 인간의 기능은 인공지능에게 넘어갈수 있지만 변연계적 인간의 기능은 불가능하다. 미래학자 존나이스비트는 ‘하이테크,하이터치’의 저서에서 기술이 중요해질수록 사람과 공감의 중요성을 이미 이야기하고 있다.

혁신에 성공한 대한민국, 인공지능(AI)이 모두가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공감능력과 더 많은 웃음이다. 웃음이 많아질수록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된다. 세로토닌분비가 활발해지면 변연계의 공감세포가 활성화되어 다른 사람들과 더 공감하고 더 행복해진다.

필자도 온라인 강의나 방송을 하면서 마치 화난 듯한 내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당황한 적이 많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너무 혁신만 강조하고 서로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웃음을 나누는데 인색했다. 혁신과 경쟁이 모든 것인 것처럼 살아왔지만 정신적으로 사람들은 옛날보다 힘들어하고있다. 혁신에 성공한 나라, 이제 한국인에게 웃음을 주는 국가프로젝트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지금은 어려운 코로나 시기다. 그래도 웃을수록 세로토닌분비가 많아지고 공감세포가 활발해진다. 음식을 천천히 많이 씹을때 세로토닌이 나온다고 한다. 연말에 조용히 음식을 천천히 많이 씹어 세로토닌이 풍성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