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패스제 도입하라"…성적 산출 놓고 대학가 혼란

by신중섭 기자
2020.06.23 00:02:00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등 우려에 평가방식 완화요구
홍대·서강대 받아들였지만 다른 대학들은 반대
이대생들 무기한 농성…한양대도 22~23일 집회
등록금 환불 요구 맞물려 대학가 갈등 격화할 듯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대학가에서 등록금 환불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택적 패스제`와 같은 완화된 성적 평가 방식의 도입 요구도 거세지면서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 교육정책위원회는 2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본관 앞에서 `감염병관리위원회 규탄 및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신중섭 기자)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1학기 종강을 앞두고 기말고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곳곳에서 성적 평가 방식을 놓고 학생과 학교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19로 한 학기 강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데다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까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기존처럼 성적을 엄격하게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평가 방식은 선택적 패스제다. 해당 제도는 학생이 교수가 부여한 성적을 그대로 받을 것인지 `패스`(Pass·통과) 처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패스를 받을 경우 A·B·C·D 와 같은 등급이 아니라 P로 기재되며 평점을 계산할 땐 포함되지 않는다. 가령 특정 과목에서 본인의 평균 평점보다 낮은 등급을 받았더라도 패스를 선택하면 평점이 깎이지 않는 셈.

홍익대와 서강대가 각각 지난 5일과 11일 이 제도를 먼저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연세대와 이화여대, 한양대 등 대학가 곳곳에서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교는 아직 없는 상태다. 학교 측은 해당 제도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떨어트릴뿐 아니라 성적 변별력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체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이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 학생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24시간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화여대 측은 선택적 패스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존재하고 형평성 측면이나 학업 성취도·장학금 제도와 관련해 문제점이 있다며 기존처럼 교수 자율 평가제도를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희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재학생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97.5%가 선택적 패스제 도입에 찬성했다”며 “종강을 앞두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며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택적 패스제를 거절한 학교 측을 규탄했다. 앞서 지난 17일 한양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공식 건의했지만 교내 감염병관리위원회는 이틀 만에 “교육적 관점에서 도입하기 어렵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와 등록금 환불 목소리가 맞물리면서 대학가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일부 환불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총궐기 투쟁본부를 구성, 이날부터 농성에 들어갔으며 23일까지 학생들로부터 집회 결의문 연서명을 받아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양대 총학생회도 오는 23일 오후 교내에서 `한양인 공동행동` 집회를 열어 학교 측의 불통 행정을 규탄하고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