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재욱 기자
2020.05.24 07:00:00
美주택 거래 줄었는데, 되레 집값 상승
집값 안정 위한 새집 공급 증가 기대 커지며
건설사 주가 고공 행진…주택시장 선행지수 이달 반등
투자 세계에서 국경이 지워진 지 오래입니다. 세상은 넓고, ETF는 많습니다. 일일이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이데일리가 매주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미국 집값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계기로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 우위가 된 결과다. 팬데믹 영향으로 매물과 새집이 감소하면서다. 그러자 신규 공급 기대가 커지면서 건설사 주가가 올랐다. 덩달아 부동산 투자자는 입꼬리가 함께 오르고 있다. 현물이든 주식이든 가릴 것 없다.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은 팔려는 이보다 사려는 이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매물이 줄고, 신규 공급이 끊긴 게 원인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전미 주택건설협회(NAHB)가 집계한 결과, 지난달 기존 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17.8%, 전년 동기 대비 17.2% 각각 줄었다. 2010년 7월 이후 판매량은 최저치이고, 전월 대비 감소폭은 최대치다. 새로 짓는 집도 줄었다. 지난달 미국 신규 단독 주택 착공 건수는 전달보다 25% 감소했다.
이 기간 집값이 올랐다. 지난달 기존 주택 판매 각각의 거래 대금 중간값은 28만6800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7.4% 뛰었다. 수요가 그대로 유지된 결과로 해석된다. 부동산 매수 비용이 싸진 영향도 있다. 은행 주택 담보 대출 이자가 전보다 낮아진 것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로 내린 영향이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려던 게 연쇄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앞으로 집값 향방은 수요보다 공급에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로렌스 윤 전미 부동산협회(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1일 협회 자료에서 “미국 경제가 붕괴해 부동산 거래가 끊긴 가운데 기존에 나온 매물이 수요자를 끌어들였고, 이로써 가격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록적으로 낮은 모기지 금리는 연중 이어질 텐데, 미국 경제가 재개하면 부동산 매수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매물과 신규 주택 착공 각각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건설사 주가가 뜬 것은 이런 전망과 제안이 힘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한달 동안 미국 주요 건설사 가운데 Lennar는 43.6%, D. R. Horton Inc는 36.2%, PulteGroup는 35.8% 각각 주가가 상승했다. 이들 회사는 주로 주택 건설 부문에 주력한다. 이런 영향으로 인테리어 업체 Home Depot, Inc.는 17.9%, 주택 개조 및 자재 판매업체 Lowe‘s Companies, Inc.는 27% 각각 같은 기간 주가가 올랐다.
이들 상장사를 묶은 상장지수펀드(ETF) ITB(티커)는 최근 한달(지난 20일 기준) 동안 순자산가치(NAV)가 30.4% 올랐다. 다른 건설 테마 ETF 가운데 XHB(22.8%)와 PKB(19.4%)도 같은 기간 NAV가 괜찮게 올랐다. 그동안 다우존스 30 지수가 4.2%, S&P 500지수가 5.3%, 나스닥 지수가 9.2% 상승한 데 그쳤다.
실제 부동산 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도 긍정적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NAHB가 내놓은 이달 주택 시장 지수(HMI)는 37포인트를 기록해 전달(30)보다 7포인트 상승하고, 예측치(35)를 웃돌았다. 이 지수는 현재와 앞으로 6개월 동안 단독 주택 판매 현황과 전망을 예측하고자 약 900개 건설사를 설문해서 산출한다. 50 포인트 이상이면 주택 시장을 낙관해서 전망한다는 의미다. 이하면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