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마저 등 돌렸다…美 증시 최악 실적쇼크 온다

by김정남 기자
2020.04.20 00:00:00

이번주 글로벌 기업들 줄줄이 실적 발표
델타 등 어닝쇼크 예고…월가 관심 집중
실적 가이던스 못내는 기업들 많을 수도
투자 대가 "지금은 행동보다 주의 필요"

미국과 접한 캐나다 퀘벡주 라콜의 국경검문소가 17일(현지시간)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주요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숫자로 드러나면서 경제 충격을 증폭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투자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많게는 90% 가까이 폭락한 가운데 주요 제조회사들이 이번주 줄줄이 성적표를 공개한다. 고용 지표와 성장률 전망 악화에 이어 기업 실적 충격이 이어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오는 22일과 23일 각각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전망은 어둡다. 야후파이낸스는 “올해 2~3월 각국 정부의 여행 규제 강화로 여행 수요가 급감했다”며 “(델타항공 등의) 여객 수익과 화물 수익이 모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두 기업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주식을 대거 매도해 화제가 됐다. “모두가 두려워 할 때 욕심을 부려야 한다”는 투자 철학을 가진 버핏 회장마저 내다 판 주식이어서다.

글로벌 에너지회사 베이커휴즈는 델타항공과 같은 22일 실적을 내놓는다. 그외에 IBM(20일), 코카콜라(21일), 넷플릭스(21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21일), 인텔(23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24일), 버라이즌(24일) 등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 줄줄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이번주 발표가 예정된 기업 수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속한 기업 중 5분의1 정도다.

시장이 이번주 어닝 시즌을 주목하는 건 JP모건(-69%·전년 동기 대비), 웰스파고(-89%), 골드만삭스(-46%), 씨티(-46%) 등 금융회사에 이은 제조회사의 코로나19 여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셰일가스 등 에너지업계와 부동산업계, 유통업계 등에서 추가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 전역에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이어지면 월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에 속한 기업의 순이익은 10.2%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타격이 큰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큰 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제조업계, 유통업계, 금융업계가 줄지어 악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부진한 실적보다 더 관심이 모아지는 게 기업의 추후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다. 시장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가이던스 자체를 내놓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실적 쇼크에 금융시장은 이미 얼어붙었다. 버핏 회장의 오랜 동지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WSJ와 인터뷰에서 “최악의 태풍을 지나는 배의 선장과 같은 상황”이라며 “매우 많은 유동성(현금성자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계가 시계제로 상태인 만큼 지금은 ‘행동’보다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금융위기 당시 모두가 꺼려했던 금융주 등을 사들여 큰 수익을 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언급이다. 멍거 부회장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상당히 보수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의 경영진은 다음달 2일 온라인 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제 첨병인 기업의 심리가 역대 최악이라는 지표는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내놓은 조사를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복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39.4를 기록했다.

PMI는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경기 동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다.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작으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지난달 수치는 올해 1월 52.2에서 2월 46.1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달 또 급락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최저다. 특히 각국의 봉쇄 정책으로 서비스업 PMI(47.1→37.0)는 한달 사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설문을 시작한 1998년 이후 22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특히 관광·레저, 부동산, 운송, 미디어, 산업서비스, 통신서비스, 은행, 보험,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 10개 업종의 PMI는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