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 수출제한 보복한 日…정부 "수입선 다변화·국산화 추진"

by김형욱 기자
2019.07.02 00:00:00

성윤모 장관 "WTO 금지한 日조치에 유감…국제·국내법 따라 대응"
예상 영향 검토 나서…"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는 피해가 우려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를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중장기 과제로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수출입 제한 등 무역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대응은 아직 일본측 보복조치가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 양국 신뢰 훼손을 이유로 스마트폰과 TV용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 적용해 오던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 조치를 오는 4일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의 공식 발표 직후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우리 정부는 일본과 경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일본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이자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하루 전부터 이 발표를 예고해 왔다. 이들 3개 품목은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의 생산 차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이후 잇따라 일본제철(전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에 우리 징용 피해자에 대해 위자료 지금 명령 판결을 내리자 우리 정부에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해 왔다.

이데일리 DB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에 대해 숙의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도렴동 청사로 초치해 일본 정부에 항의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성 장관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 아니라 일본이 지난주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정신과도 정면 배치한다”며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20 정상은 지난주 회의 후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 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성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일방적 조치에 대비해 업계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을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 피해 최소화를 지원하고 우리 부품·소재·장비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청사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업체가 참여한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예상 피해와 그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당장 일본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수출 제한인지 절차적 규제인지, 또 일본 수입 제품의 타제품 전환 가능성과 전체 공정에 끼칠 영향 분석에 나섰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아직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앞으로 개괄적인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승일 차관은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예상 가능 조치에 대해 업계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핵심 소재·장비·부품 공급 안정성과 기술역량 확충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준비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소재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초치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