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추가·브랜드 쇄신"…트럼프의 對보잉 조언, 왜?

by이준기 기자
2019.04.16 00:14:25

주문량 급감·운항중단 장기화…보잉사 실적 우려한 듯
1989년~1992년 '트럼프 셔틀' 항송사 소유 전력
뮐렌버그 CEO와 친분 작용…美언론들 '유착론' 보도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두 차례의 ‘승객 전원 사망’이라는 참사를 낸 세계 1위 항공기 제조회사인 미국 보잉사(社)에 조언을 내놓았다. 새 이름을 붙이는 이른바 ‘브랜드 쇄신’(Rebrand) 전략이다. 사고 기종인 보잉 737 맥스의 운항 중단이 장기화하는 데다, 주문량 급감 등에 따른 향후 보잉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보잉사의 데니스 뮐렌버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만약 내가 보잉사를 운영한다면, 737 맥스 기종을 고치고(Fix), 멋진 사양을 추가해 새 이름을 붙인 재브랜드 작업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737 맥스처럼) 이렇게 고통을 겪은 제품은 없다”고도 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시작하면서 “내가 브랜드에 대해 뭘 알겠는가, 아마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면서도 괄호에 ‘그러나 나는 대통령이 됐다’고 쓰며 은연 중에 브랜드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윗 말미에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뭘 알겠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 CBS방송는 “트럼프 대통령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트럼프 셔틀 항공사를 소유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잉을 향한 충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사고 사흘째 되던 지난달 12일 트위터에 “항공기가 너무 복잡해져 비행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파일럿은 더는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과학자들이 필요하게 됐다”고 했다. 첨단 비행시스템이 오히려 사고를 촉발했을지 모른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의 베스트셀러인 B737 기종의 4세대 모델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10일 잇따라 발생한 ‘승객 전원 사망’ 사고 기종이 보잉 737 맥스로 밝혀지면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보잉은 737맥스의 내부 센서 오작동에 따른 기체 결함을 인정한 후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중이다.

최근 보잉사는 보고서에서 737맥스의 1분기 신규주문(order)이 95건에 그쳤다고 밝힌 바 있다. 180건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주문량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심지어 3월에는 이 기종에 대한 신규 주문이 아예 없었다. 특히 미국 주요항공사들이 성수기인 올여름까지 이 기종 운항 중단을 연장한 터라 보잉이 받을 충격은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이 보잉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뮐렌버그 CEO와의 친분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법인세 감세 관련 연설을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보잉 항공기 제조단지에서 진행한 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월27일 하노이에서 열린 보잉사의 항공기 계약식에 참석한 점, 지난해 8월 뉴저지주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만찬행사에서 자신의 옆에 뮐런버그 CEO를 앉힌 점 등을 들어 두 사람 간 사이가 돈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