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도 짧은 것들이"… 설, 돌이켜봐야할 '막말' 문화

by장영락 기자
2019.02.04 06:0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지난주 법무부는 직원들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과장급 간부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이 간부는 법무부 인권정책국 소속으로, 한 달 전 막말을 한 사실이 보도돼 논란에 빠진 인물이다.

그가 직원들에게 했다는 말은 “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 “너희는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 “가방끈도 짧은 것들이 공부 좀 해라”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는 막말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막말이 고위공직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직장, 가정 등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상대의 배려 없는 언행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인 까닭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수많은 ‘타인’과 만나야 하는 설 연휴가 많은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것도, 바로 이처럼 상처를 주는 말 때문일 것이다.



실제 최근 실시된 각종 설문조사에서는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벼룩시장이 최근 성인 11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설 연휴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62.8%가 넘었다. 여론조사업체 나우앤서베이가 패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설 연유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으로 ‘잔소리’가 꼽히기도 했다. 별도 항목으로 조사된 ‘집안 비교’ 역시 스트레스 원인 수위권을 차지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막말은 명절 연휴 동안 벌어지는 가정 내 다툼의 출발선이 된다. 경찰청 신고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명절 연휴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2017년에는 하루 평균 신고 건수가 명절 연휴 기간 1000건에 가까워, 연중 평균인 600여건보다도 많았다.

이같은 현실은 가족과 즐거움을 나눠야 할 명절이 도리어 가족 간 불화의 장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임을 보여준다. 사소한 한마디라도 고심하는 것이, 남은 설 연휴를 잘 보내기 위한 조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