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택지 지정 빠진 9.13 대책…곧 발표한다지만 '가시밭길'
by권소현 기자
2018.09.14 04:30:00
수도권 그린벨트 풀어야 한지만
서울·과천시 그린벨트 해제 ‘난색’
국토부 장관“지자체와 절차 협의중”
기일내에 지자체 설득할지 미지수
[이데일리 권소현 정병묵 기자] 세제와 금융, 공급까지 집값 안정을 위한 방안이 전방위로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9.13 부동산 대책’에 신규 택지지구를 조성할 입지가 제외되면서 다소 힘이 빠졌다. 검토 중인 신규 택지 후보지가 미리 유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데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수월치 않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1일 신규 택지지구 후보지를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나 과천시 등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최소화겠다는 방침이어서 택지 개발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는 수도권에 30곳 택지를 조성해 30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8·27 부동산 대책에서도 밝힌 내용이다.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도심 내 규제를 완화하고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심 내 상업지역 주거비율과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고 역세권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등 규제를 풀어서 더 많은 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그린벨트의 경우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5등급지를 활용해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신규 택지지구 입지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금 지자체와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법에 절차와 시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이 종료되는 이달 21일에 입지와 공급량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에 구체적인 신규 택지지구를 담지 못한 것은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서는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이 불가능한데 이를 두고 지자체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린벨트 면적이 30만㎡ 이상일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지만, 그 보다 작은 규모는 지자체장에게 권한이 있다.
서울시는 그간 국토부가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난개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거부해 왔다. 최근에는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다소 입장 변화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서울 시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시민의 욕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그린벨트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해제 관련) 중앙정부와 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과 접하고 있는데다 주거 선호도가 높아 택지지구로 거론되고 있는 과천시도 김종천 시장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과천이 신규 주택 공급 대상지로 확정되면 성장동력을 잃고 서울시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검토 중인 공공택지지구가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도 택지지구 확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LH로부터 입수했다며 수도권 택지지구 지정 예정지 8곳과 공급 가구수 3만9000여호를 공개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해당 지역 인근 땅값이 껑충 뛰면서 정부로선 이들 후보지를 택지지구로 확정하기에 부담이 커졌다. 신 의원이 자료를 공개하기 전부터 이미 거래가 늘고 땅값이 들썩였다는 점에서 사전 정보유출이 있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인근 수도권에 택지지구로 조성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유력한 지역이 먼저 공개되는 바람에 이곳은 쓰기도, 버리기도 애매한 카드가 됐다”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신 의원을 통해 공개된 곳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협의 등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택지지구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장관이 못박은 21일까지 지자체를 설득해 대상지를 확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확보하더라도 서울 거주 수요를 흡수하고 부동산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정부가 자꾸 주택 공급 대책을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지구 개발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데, 집값 폭등은 투기 세력 때문이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며 “강력한 분양가 상한제나 건설 원가공개 같은 본질적인 문제점을 건드리지 않으면 신규 택지를 조성하더라도 투기 자본이 뛰어놀 수 있는 새로운 판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서울이나 인접한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면 분명히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된다”며 “다만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