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또·가상화폐에 빠진 ‘한탕 대한민국’

by논설 위원
2018.01.12 06:00:00

대한민국이 허황한 일확천금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로또복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들까지 생겨났다.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미들도 크게 늘었다. 경기침체로 안정된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한탕’에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진 우리 사회의 서글픈 단면이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약 3조 8000억원으로 하루 평균 104억원어치가 팔렸다. 금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지만 판매량은 37억 9000여 게임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최악의 실업난 등 체감경기가 좋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13년까지 2조원대에 머물렀던 로또 판매액은 불경기가 깊어진 2014년 3조원대로 늘어나더니 2015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다.

새로 등장한 가상화폐 열기도 우려스럽다. 직장인 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대학생, 주부는 물론 심지어 고교생들까지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낮밤을 잊고 시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좀비’들이 생기는 등 과열을 넘어 가히 광풍의 양상이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로또의 최대판매 기록이나 가상화폐 투기열풍 등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일자리 찾기는 어렵고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서민들의 애처로운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3%대 성장을 회복했다지만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실업자는 103만명에 청년실업률은 9.9%로 사상 최악이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폭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물가는 뛰고 문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기존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래저래 투기에 기대는 이들이 더 늘어나게 생겼다. 한탕주의는 잠시 희망을 줄지 모르지만 자칫 ‘대박 중독’에 빠져 삶이 더 망가질 우려가 있다. 투기에 빠져드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일자리를 늘려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실감나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