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김동주 국토연구원장 "재건축 출혈 경쟁… 서민 내집마련 멀어져"
by성문재 기자
2017.10.23 05:00:00
건설사 이사비 등 지원금 경쟁적 제시
도급업체에 비용 전가… 서민 피해 늘 듯
7가지 임대주택 유형, 하나로 통합해
관리 효율성 높이고 지원 강화해야
8·2 대책으로 집값 안정세 유지될 것
민간아파트, 추정수요 넘어 공급 줄여야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재건축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건설업 전반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도 있습니다.”
김동주 국토연구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 출혈 경쟁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에 많이 집중하다보니 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이사비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분담금 지원 등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결국 이 비용은 1차, 2차 도급업체에게 상당 부분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 전반에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수주 영업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 부담은 결국 하청업체나 소비자에게 전가돼 영세 하청업체들은 경영난에 빠지고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경찰은 최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비리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고 국토교통부는 이달 안에 재건축 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건축 사업은 이미 집값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에서도 정부의 골칫거리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를 6년만에 부활시키고 재개발 사업에도 분양권을 전매하지 못하도록 해 투기·투자세력이 재건축·재개발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봉쇄했다.
김 원장은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이 많이 진정됐다”며 8·2 대책이 집값 잡기에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서울 외곽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일부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도 있었지만 한 달 만에 9·5 추가 대책을 통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인천 연수·부평구, 안양 만안·동안구, 성남 수정·중원구, 고양 일산동·서구, 부산 등을 모니터링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택시장은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맷값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을 다시 확대하고 있지만 대책 이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며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르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이 매달 조사하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의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지수가 지난 7월 156.2를 기록해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던 서울은 대책 발표 이후 32.9포인트 급락해 8월엔 123.3으로 집계됐다. 김 원장은 “향후 주택 매매시장 심리지수는 정부 정책 영향으로 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면서 당분간 하향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 집값도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서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계획이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정부의 공공임대 확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다소 많은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 있다”며 “향후 유형 통합을 통해 단순화하고 각자의 소득 수준에 적절한 임대료를 지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거 문제가 청년층의 결혼과 신혼부부의 출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직접 건설해 공급하기도 하고 매매 등으로 취득한 뒤 공급하기도 한다. 지원 대상이나 공급 방식별로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장기전세주택,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 기존주택매입임대주택, 기존주택전세임대주택 등 총 7가지로 구분되는데 이전부터 복잡한 유형을 통합하는 것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 원장은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125만가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다섯번째로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다수 선진국들에서 공공임대 공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정부와 민간 비영리조직 등의 역할을 확대해 공공과 민간 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와 더불어 저소득층 중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배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반 민간분양아파트 공급과 관련해서는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판단이다. 현재 예정된 입주 물량이나 인허가 실적 등이 향후 주택 추정수요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 물량은 올해 29만가구, 내년 31만가구 등으로 최근 10년간 평균치 19만5000가구를 크게 웃돈다. 정부가 마련한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의 2018~2022년 수도권 주택수요(21만6000가구)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분양주택 공급을 늘리면 자칫 미분양 증가 등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최근 부실시공 및 하자 문제, 공급 과잉 문제 등으로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있다”며 “품질보증제도와 소비자 금융지원제도를 갖추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1956년 출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도시계획 석사 △1991년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 지역경제학 박사 △2003~2007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연구위원, 정책연구실장 △2010~2015년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2013년 한국지역학회 회장 △2015년6월~ 국토연구원 원장 △2015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수도권정비위원회 위원 △2016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 위원 △2016년~ EAROPH(UN 산하 아시아태평양지역개발기구) 한국대표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