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무형유산 된 '숨비소리'…제주해녀 위상 높이다(종합)

by김용운 기자
2016.12.01 00:24:49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9번째로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이름 올
지역공동체 지닌 문화적 다양성 본질 보여줘
조선시대부터 문헌기록 남아…자체적 문화전승

제주 해녀가 수중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제주해녀박물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제주해녀문화’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문화재청은 지난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제주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1일 밝혔다.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처음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19번째 등재다.

◇지역공동체 지닌 문화적 다양성 본질 보여줘

문화재청은 2014년 3월 제주도와 해양수산부 등과 협력해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신청에 앞서 ‘제주해녀문화’에 대해 “세대 간 전승돼온 살아있는 문화로, 공동체 의식과 자연과의 교류 등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가치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동안 보존·전승 지원 정책과 의지 등이 높아 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제주해녀문화’는 지난달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로부터 ‘등재권고’ 판정을 받아 등재가 확실시됐다. 당시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는 “지역공동체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의 본질적 측면을 보여준다”며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잠수기술과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여성의 일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해녀문화와 유사한 관습을 보유한 다른 공동체와의 소통을 장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4300여명 현업에서 활동 중

제주해녀수
‘제주해녀문화’는 제주도 해녀의 일과 생활·풍습 등을 통칭한다. 유네스코는 ‘제주해녀문화’에 대해 △잠수장비 없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문화 △해녀의 안녕을 빌고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바다로 나가는 배 위에서 부르는 노동요 ‘해녀노래’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세대 간 전승되는 무형유산으로서의 ‘여성의 역할’ △제주도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 등으로 정의했다.

제주 해녀들은 마을단위의 어촌계를 통해 공동체를 이루며 해녀회나 잠수회를 조직해 입어시기·공동채취·입어관행 등을 자치적으로 결의하고 수행한다. 또한 마을단위로 ‘영등굿’과 ‘잠수굿’을 치름으로써 풍어를 빌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제주도 내 항일투쟁을 주도하기도 했다. 제주시 구좌읍에는 ‘제주해녀문화’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제주해녀박물관이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활동하는 해녀는 4377명, 전직 해녀는 4850명이다. 연령별 현직 해녀의 수는 30~39세 10명, 40~49세 53명, 50~59세 563명, 60~69세 1411명, 70~79세 1853명, 80세 이상 487명으로 50세 이상이 98.6%를 차지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1만 4000명에 이르렀다.



◇‘숨비소리’로 상징…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

해녀는 남해안과 서해안 등 일부 해안지역과 섬에서도 간혹 있지만 제주 해녀처럼 자체적인 문화를 전승하고 있는 곳은 없다. 그만큼 제주 해녀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로 평가받는다. 제주 해녀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조선 전기 탐라군의 관리로 부임한 윤응균이 “해녀의 나체 조업을 금한다”는 금지령을 내린 기록이 전해지고 조선 인조 때도 제주목사가 “남녀가 어울려 바다에서 조업하는 것을 금한다”는 엄명을 내린 기록이 남아 있다. 해녀는 특별한 장치가 없는 나잠어법으로 수심 1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소라·전복·미역·톳·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하며 작살로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기량의 숙달 정도에 따라 해녀에는 상군·중군·하군계층이 나뉘며 계층별로 조업할 수 있는 바다와 체취할 수 있는 수산물의 양이 다르다. 해녀는 특정한 계층이나 집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의 수련을 통해 길러진다. 유년시절 헤엄치기와 무자맥질을 배운 후 15∼16세에 이르러 독립된 해녀가 될 수 있다.

해녀는 바닷속에 무자맥질해 보통 수심 5m에서 30초쯤 작업하다가 물 위로 올라오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수심 20m까지 들어가고 2분 이상 물속에서 견디기도 한다. 이때 물 위에 솟을 때마다 “호오이” 하면서 한꺼번에 막혔던 숨을 몰아쉬는데 이 소리를 ‘숨비소리’ 혹은 ‘숨비질소리’라 하며 ‘제주해녀문화’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힌다.

제주도 해녀가 제주 앞바다에서 수산물을 체취하는 모습(사진=해녀박물관).


◇유네스코 지원받으며 국·내외적 위상 올라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의거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표목록 또는 긴급목록에 각국의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제도다.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2003), ‘강릉 단오제’(2005),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2009), ‘가곡’ ‘대목장’ ‘매사냥’(2010),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2011), ‘아리랑’(2012), ‘김장문화’(2013), ‘농악’(2014),‘ 줄다리기’(2015) 등 18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 중이며 ‘제주해녀문화’ 등재로 19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유네스코로부터 무형유산의 보호를 위한 재정·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무형유산의 국·내외적 가치를 제고하는 효과를 얻는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다양한 후속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전주의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오는 6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제주해녀문화’ 특별기획전을 연다. 제주도는 이번 달 중순 도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세계유산 등재 선포식’ 등을 가질 예정이다. 또 해녀박물관을 한 달간 무료로 개장해 해녀문화를 널리 알리고, 내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제주해녀문화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제주해녀문화(사진=제주해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