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대웅 기자
2016.11.02 06:0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근거없는 의혹 제기라며 이렇다 할 해명없이 묵살해 버리는 태도가 더 큰 문제다.”
베이징의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최근 중국 경제지표의 신뢰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통계국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발표한 이후 또다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분기 GDP가 전년동기 대비 6.7%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3개분기 연속으로 동일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성장률이 일관되게 나온 것은 중국 정부가 분기별 GDP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과 같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나라에서 경제 성장률이 매분기 동일하게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커진 경제 경착륙 우려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자본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특정 수치가 아닌 구간(6.5~7%)으로 설정하고 조심스러운 대응을 해 왔던 터다.
지난해 내내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으로 줄기차게 부양책을 실시해 왔던 당국은 올 들어 추가 부양책 실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잉 산업생산과 부동산 거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에서 성장률이 낮다는 이유로 추가 부양책을 단행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 언론와 금융기관들은 중국 경제 불안정성에 대해 잇달아 의문을 제기했다. 성장률에 비해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높고 수출 둔화세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중국은 서방이 중국 경제에 대해 과도한 편견을 갖고 있다며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 GDP 신뢰 문제에서 보듯 중국이 발표하는 공식적인 재정 수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 공식 발표한 수치 자체가 신뢰를 얻지 못하다보니 안정적인 투자심리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불신은 중국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기타 서비스 항목을 이용해 수치를 조작하는 경우가 있고 보통 약 0.1∼0.2%포인트 가량을 조정한다고 보고 있다. 주로 성장률을 부풀리기는 경우가 많지만 때에 따라 안정적인 흐름을 위해 성장률을 일부러 낮춰 발표하기도 한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국영기업들을 쥐어짜거나 회계장부에 손을 대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따른 것이다. 일당 집권체제 하에 경제 정책이 움직이다보니 시장에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이는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이제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할 때가 됐다. 주요 2개국(G2)로서 세계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에 걸맞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과의 교역 확대를 위해서도 신뢰 구축은 필수요소다. 가까운 예로 인도의 경우 최근 성장률 의혹에 휩싸이자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일일이 해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중국 경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는 식의 태도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신뢰가 단순히 사회적 미덕을 넘어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역시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형태다. 신뢰의 추락이 곧 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이 곱씹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