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일학습병행제로 '니트족' 줄여야
by한정선 기자
2016.09.28 06:00:00
지난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으나 미국 경제만이 회생의 조짐이 뚜렷할 뿐 유럽 등 다른 경제권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실업이 전 세계 국가의 공통 고민거리이다.
특히 청년 실업이 문제이다. 지난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각각 48%와 40%를 넘었고, 프랑스와 벨기에의
청년 실업률도 24.7%와 22.1%였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8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9.3%여서 이들 나라에 비해 나은 듯 보이나 실상은 심각하다.
전체 실업률 3.6%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고 청년 대졸자 4명 중 1명은 교육·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고용 상태도 아닌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인데 니트족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고학력인 대졸 출신의 니트족 비중이 높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대졸보다 중졸·고졸의 니트족 비중이 높다.
정부가 실현 가능한 모든 청년실업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경직된 노동시장 등 여러 요인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학벌이나 스펙에 의해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노동시장의 관행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의 중요한 축인 일학습병행제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중심의 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해 최장 4년까지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기업맞춤형 체계적 교육훈련을 받고 학위나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일학습병행제에는 8월말 기준(누적)으로 7883개의 기업이 참여하였다. 참여기업의 96%가 중소기업이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기업맞춤형 훈련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채용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참여기업과 훈련실시 기업이 차이가 나는데, 지난 8월말까지 4725개의 기업에서 2만 3025명의 학습근로자가 일하면서 훈련을 받았다. 학습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164만원으로 최저임금 대비 1.3배 수준이다. 학습근로자의 3분의 1만이 특성화고 재학생 내지 졸업생이기 때문에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기회가 없던 일반고나 대졸 출신의 취업난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대기업과는 달리 비용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춘 적합한 맞춤 훈련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을 뿐 아니라 체계적인 훈련에 참여하여 자격이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유인으로 이직률이 줄어들어 중소기업 경영의 주요 애로요인의 하나인 인력난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이다.
단기간 훈련 후 일정기간의 고용유지만을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하는 청년인턴사업 등 정부의 다른 일자리사업과는 달리 일하면서 일정시간을 따로 떼어내서 정해진 훈련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받는 학습근로자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현장 기술을 얻을 수 있고 훈련의 일정 부분은 NCS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더라도 배운 기술은 유용하다. 학위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수료 후 학위를 취득하기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 자격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일학습자격을 받게 되는데, 현재 국회에 상정된 관련법이 통과되면 일학습자격은 국가자격으로 인정된다.
정부는 한국형 도제제도인 일학습병행제 정착으로 투자비용 및 이직에 대한 위험부담 때문에 인력투자에 소홀한 중소기업들의 선순환적 인력양성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