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를 가다③] 대구 수성갑·동구을..차기 대선 가늠쇠

by김영환 기자
2016.02.01 06:00:00

대구서만 4년째..김부겸, 대구서 첫 야권 의원 탄생?
김문수, 김부겸 돌풍 잠재운다..여당 구원투수
유승민, 朴 견제 뚫어내고 4선에 도전

[대구=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여야 잠룡들이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는 차기 대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여야 후보들이 4.13 총선에서 격전을 치르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고개를 젓고 있지만 20대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잠룡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범어동 범어사거리에 수성갑에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무실이 나란히 붙어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성갑은 이번 총선의 핫플레이스다.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인기가 만만찮다.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 대구에서 첫 야권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김 후보가 지난 4년간 지역에 정성을 쏟아왔기 때문. 19대 총선에서 4선이 사실상 보장됐던 경기도 군포를 떠나 대구를 선택한 이후 바닥민심을 다져왔기 때문. “처음엔 빨갱이 왔다던 어르신들도 이제 인사를 잘 받아주십니다”는 게 김 후보의 설명이다.

범어사거리에서 만난 50대 주부 박모 씨는 “보수고 진보고를 떠나 대구는 너무 물이 고여뿟다. 인물도 괘안코, 수성구는 한번 바까주자는 이야기가 나오제”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50대 직장인 김모 씨도 “만날 여당 찍어줘봐야 뭣이 변했노. 이자 한번쯤 바뀔 때도 됐다, 마”고 김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김문수 후보와 김부겸 후보는 일견 닮은 부분이 많다. 대구 경북고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대에 진학한 선후배로 운동권 경력도 엇비슷하다. 60대 이모 씨는 “그 정도 큰 인물이면 여당을 찍어줘야제”라고 지지를 나타냈다.

김문수 후보 측은 지지율 격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 김문수 후보는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의원이야 대통령 측근이고 그래서 예산을 많이 따왔지만 대구에서 야당이 이겨봐야 실익이 없다”며 “선거가 진행될수록 지지율은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매시장에서 만난 20대 상인 김현정 씨와 김지현 씨는 “김문수 후보가 시장에 엄청 자주 인사를 다닌다. 이변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을에서 3선을 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의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 용계동에 위치한 유승민 의원 사무실(사진=김영환 기자)
대구 동을 현역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진박 후보와의 힘겨운 경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마찰을 빚었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리전 양상이다. 유 의원이 공천에서 친박계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꺾고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구·경북(TK) 지역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지역 여론은 유승민 의원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40대 초반의 이모 씨는 “우예 만날 편만 드노, 가끔 직언도 해야 않카나”라고 밝혔다. 50대 후반의 박모씨는 “유승민더러 배신의 정치라카는데 이재만이를 동구청장시킨 게 유승민이라카대. 그라모 이재만이도 배신의 정치가”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동구 방촌동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남모씨는 “먹고 살기 힘이 드는데, 암만 그래도 경제를 살릴라카믄 대통령을 도와야지 않켔나”고 이 전 구청장의 편을 들었다.

이밖에 대구 동을에는 허진영 전 대구대 외래교수, 최성덕 전투기소음피해보상운동본부 상임대표가 새누리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대구 수성갑과 동을 선거가 어떤 식으로 결론나든 승자는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후보는 야권의 공세 속에서 텃밭 수성갑을 사수했다는 점이, 김부겸 후보는 야권의 불모지에서 첫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 박 대통령과 맞섰던 유 의원도 4선 고지를 달성하면 여권의 차기주자로 설 수 있다.

김문수·김부겸 후보 측은 조심스럽다. 차기 행보를 묻는 질문에 “총선이 우선”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본선보다 힘겨운 경선을 치러야 하는 유 의원 측은 언론과 만남을 피할 정도로 극도로 몸을 낮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