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약 전쟁]왜 제약사들은 시알리스 복제약에 목맬까
by천승현 기자
2015.09.04 02:55:00
비아그라 복제약 학습효과로 너도나도 '팔팔' 따라잡기
고마진·비급여의약품 매력에 시장 진입 활발
허가규제 완화로 무더기 시장 진입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시알리스는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기록 중이지만 지난해 매출은 25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제품은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인데 매출 규모는 1531억원에 이른다.
시알리스가 60개 업체가 제네릭을 내놓을 정도로 눈독을 들일만한 시장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술적으로 업체당 평균 4억원 남짓 가져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제네릭 제품이 무차별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제약사들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
제약사들이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팔팔 학습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아그라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팔팔’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팔팔은 발매 직후 오리지널인 ‘비아그라’의 매출을 뛰어넘는 괴력을 과시하며 나머지 제네릭 제품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
| 발기부전치료제 매출 현황(단위: 백만원, %, 자료: IMS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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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은 2012년 5월 발매 이후 8개월간의 판매만으로로 비아그라의 턱밑까지 추격하더니 2013년부터는 매출 순위표에서 비아그라 윗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팔팔의 매출은 97억원으로 비아그라보다 50% 이상 앞섰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독특한 제품명과 오리지널 대비 저렴한 약가, 영업력이 합쳐진 결과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보다 많이 팔리는 것은 국내 의약품 산업 역사상 좀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한미약품은 비아그라의 용도특허를 무력화하는데 앞장섰고, 발매 직후에는 2000원대의 가격으로 저가경쟁을 주도하며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처방 규모를 살펴보면 팔팔의 활약상은 더욱 돋보인다. 팔팔의 올 상반기 처방량은 441만9662개로 비아그라보다 6.8배나 많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처방량의 33%를 팔팔이 차지했다.
‘팔팔’이라는 독특하고 외우기 쉬운 제품명도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알리스 제네릭에서 ‘이팔’(휴온스), ‘탄탄’(화이트제약) 등 팔팔과 유사한 조합의 제품명도 등장한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팔팔이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자 다른 업체들은 ‘우린 왜 팔팔처럼 안 되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면서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에서 너도나도 ‘팔팔 따라하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 2015년 상반기 품목별 발기부전치료제 처방갯수 현황(단위: 개, 자료: IMS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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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이 시알리스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중 하나는 높은 마진 시장이라는 속내가 숨어있다. 시알리스의 판매 가격은 1만5000원 안팎으로 형성돼있다. 이는 시알리스가 독점 시장을 구축할 때 형성한 가격이기 때문에 사실상 제네릭 가격과는 무관하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정부의 약가 규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제약사들이 직접 판매가를 선택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알리스 원료의 가격이 다른 의약품에 비해 특별히 많이 비싼 것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시알리스 제네릭의 가격을 시알리스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도 ‘남는 장사’라고 추정한다. 1000원대 제품의 등장이 유력한 이유다. 반대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고마진을 챙기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점차적으로 떨어졌던 것처럼 시알리스 제네릭도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식약처의 허가 규제 완화도 시알리스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 타다라필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승인 현황(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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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알리스 제네릭을 내놓은 60개 업체 중 제네릭 허가를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진행한 업체는 22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제네릭 개발을 목적으로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일부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30여곳은 다른 제약사가 수행한 생동성시험 자료를 활용해 허가를 받은 셈이다. 2011년 허가 규제 완화 이후 가능해진 현상이다.
보건당국은 지난 2011년말 하나의 생동성 시험으로 2개사만 제네릭 허가를 받게 하는 ‘공동생동제한’ 규제를 폐지했다. 다른 업체의 생동성 시험 자료를 활용해 누구든지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굳이 수 천만원을 투입해 1년 가까이 소요되는 생동성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다른 업체에 부탁해 제네릭 제품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제약사들의 먹거리 부재와 규제 완화로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반복된다”면서 “제약사들의 제살깎기 경쟁에 따른 무분별한 유통문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