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X파일]②스타트업 CEO도 뜨면 일단 숨는다

by김유성 기자
2015.08.21 00:30:03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스타트업 CEO도 일단 유명해지면 은둔한다. 김택진·김정주 이래 내려온 우리나라 IT 업계의 독특한 문화다.”

국내 IT기업 고위 관계자가 게임업계 창업주·경영인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스타트업 때 활발히 ‘기업 알리기’에 나섰던 창업자도 유명해지면 그때부터는 대외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대표 게임 업체로 불리는 넥슨·엔씨소프트(036570)·넷마블게임즈는 창업주는 물론 전문경영인(CEO)들도 언론 노출을 피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나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가끔 대외적인 언론 접촉을 하지만 제한적이다.

이들의 특출난 어록 등이 없다보니 “국내 IT업계는 창업을 준비중인 젊은이들의 멘토가 되어줄 ‘스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30대 대표 CEO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 김명현 네오플 대표,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
일례로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한국 스타트업·벤처 업계 신화를 썼던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기업공개(IPO) 이후 미디어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달말 이 대표가 언론 미디어에 나오지만 1년 반만의 공식 노출이다.

2000년 국내 모바일 게임 개척자로 성공 창업의 사례로 꼽히는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도 드물게 게임업계 행사에 참석할 뿐이다.



비단 성공한 30대 창업자 뿐만 아니다. 넥슨의 게임 개발 자회사 네오플의 김명현 대표와 박지원 넥슨코리아 CEO 모두 게임 업계 젊은 CEO로 주목받고 있지만 언론 노출 활동은 전무하다. 넥슨 측은 “실무형 CEO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 모바일 게임 업계 비상장 블루칩으로 통하는 네시삼십삼분(4:33), 스마일게이트 등의 창업주도 회사 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업계 창업자 대부분이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외적인 소통 능력보다는 개발 능력을 중요시 하는 풍조가 강하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 문화와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내의 경우) 언론 노출을 많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분명 아닐 수 있다”며 “(대외 활동이 활발한 미국 등과) 직접 비교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