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파마 역사속으로…'끝나지 않은 재벌의 제약사업 잔혹사'

by천승현 기자
2015.05.27 03:00:00

드림파마, 6월부터 근화제약 흡수합병..11년만에 소멸
한화그룹 제약산업 진출 18년 실패
아모레·롯데 등도 '쓴맛'.."장기전략 부재" 지적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최근까지 한화(000880)그룹 계열 제약사였던 드림파마 직원들은 아직도 출근길이 낯설다. 지난 3월말 회사 주인이 근화제약으로 바뀌면서 서울 소공동 한화빌딩에서 여의도 IFC빌딩으로 터전을 옮겼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근화제약과 통합작업이 진행되면서 실직마저 걱정하는 처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근화제약(002250)은 오는 6월1일 드림파마를 흡수 합병하고 알보젠코리아라는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근화제약의 최대주주는 미국 복제약(제네릭) 업체 알보젠이다. 알보젠은 지난 2012년 300여억원을 들여 근화제약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근화제약을 통해 드림파마를 1945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지난 2004년 출범한 드림파마는 회사명은 11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드림파마의 소멸은 한화그룹의 제약산업 실패를 상징한다.

주요 대기업 계열 제약사 매출 및 사업진행현황
한화는 지난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하고 2004년 에이치팜을 흡수합병하면서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6년에는 한국메디텍제약을 인수하며 외형 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드림파마의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케미칼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제약산업 철수에 이르렀다.

그간 드림파마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라는 간판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산업에서의 성과는 미미했다. ‘푸링’, ‘푸리민’ 등 향정신성 비만치료제가 간판 제품이며 제네릭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기존 의약품을 개선한 개량신약을 개발한 경험은 있지만 신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11년에는 800억원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한화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허가받은 첫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 이외에 다른 연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충북 청원 오송생명과학단지에 건설한 바이오의약품 공장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오송 공장의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대기업의 제약산업 철수는 한화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이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에 매각면서 제약사업에서 발을 뺐다. 아모레는 지난 3월 태평양제약의 사명을 에스트라로 변경하면서 태평양제약이라는 명칭마저 사라졌다. 2011년 롯데제과도 롯데제약을 흡수 합병하면서 의약품 사업을 접은 바 있다.

LG생명과학, CJ헬스케어, 코오롱생명과학 등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도 아직까지 하나같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부진 원인을 장기적인 전략 부재로 꼽는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장은 “신약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일부 대기업들은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