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입은 여권…공무원연금 개혁 장기표류 모드
by김정남 기자
2015.05.10 06:30:00
주류 당권파 vs 청와대·친박, 연금개혁 갈등 노출
"김무성 리더십에 손상…친박계도 얻은 것 없어"
공무원연금 개혁동력 더 떨어질듯…야당 변수도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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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여권은 이번 연금 개혁 논란으로 인해 상처만 입었다.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등으로 대표되는 주류 당권파와 청와대에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까지 가세한 세력간 갈등만 고스란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두 세력 모두에 ‘마이너스’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최대숙원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좌초될 위기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다가 여권 전체에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10일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번 공무원연금 합의안에서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1.7%로 떨어뜨리는 것을 향후 20년동안 한다는 점에 가장 큰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지급률 0.2%포인트 하락을 5년에 걸쳐서 한다고만 합의했어도 청와대가 이 정도 불만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당초 여권의 마지노선이었던 ‘김용하안(지급률 1.65%)’에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개혁의 흔적은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 부분이 도드라졌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역시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야 합의 이후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당·청간을 넘어 당 내부간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주류 당권파에 친박계 의원들이 강하게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 역시 새누리당에 후폭풍의 책임을 떠넘기며 뒷짐을 지는 듯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과정에서 당이 고생은 다했는데 막판에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 김무성 대표도 언짢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여권 내 싸움은 모두 진 게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연금 문제를 두고 여권 내에서 공방을 벌이는 게 좋게 보일리 없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김무성 대표는 4·29 재보선 압승 이후 상승세가 확고했는데 이번에 청와대의 한마디에 모든 게 틀어져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면서 “그렇다고 친박계도 대통령의 신임을 다시 확인한 것 외에는 얻은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계파간 ‘샅바싸움’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힘의 균형이 기울게 되면 공천도 기운다는 위기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공무원연금 개혁의 동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표류 모드’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5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다시 한번 합의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리는 장담할 수 없다.
여권 내에는 현재 공무원연금 합의안을 그대로 살려야 하는지, 아니면 다시 재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류도 명확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현재 합의안을 처리하는 방안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데 기운 분위기이긴 하다. 다만 그대로 통과시키기엔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이번 개혁안이 향후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어 기존 당 자체안(案)보다 낫다고 강조하지만, 일부 연금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연금을 오래 연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333조원이라는 숫자도 의구심이 있지만 향후 70년 재정추계를 토대로 홍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향후 15~20년 정도만 잡고 제대로 해야지 70년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가 바뀌었다는 점도 공무원연금 논의에 있어 큰 변수다.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누리당이 스스로 파기한 약속불이행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이 점에 대해 분명히 물을 것은 묻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