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열풍에 들썩이는 국내양봉산업

by채상우 기자
2015.05.06 03:00:00

올해 꿀 매수량 지난해 3배 증가 예상
한-베트남 FTA, 가짜꿀 문제는 넘어야 할 산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몰고 온 이례적인 꿀 열풍에 국내 양봉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꿀벌 감소와 가짜 꿀 문제, 자유경제무역협정(FTA) 등 양봉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위협요소는 여전히 도처에 널려있어 ‘축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허니버터칩은 지난 9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2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허니버터칩을 신호탄으로 한 꿀 열풍은 제과뿐 아니라 라면, 화장품 등으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삼양식품(003230)은 ‘큰컵 허니치즈볶음면’을 출시했고, 편의점 CU에서는 ‘허니 불타는 볶음면’을 내놨다. 화장품 전문 업체 미샤는 벌꿀과 버터 성분을 함유한 워시오프팩 ‘허니버터팩’을 선보였다. 스킨푸드는 ‘로열허니 프롤리스 에센스’, ‘로열허니 커버 바운스’ 등을 출시했다. 주류 업계에서도 꿀 맥주, 꿀 막걸리가 나오면서 꿀 열풍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꿀 소비량은 650g. 국내 양봉산업 시장규모는 4061억원에 달한다. 허니 열풍으로 국내 양봉산업이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기후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양봉산업 특성상 공급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수요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존의 재고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벌꿀 매수량 표=한국양봉농협
한국양봉농협에 따르면 꿀 열풍이 시작된 지난해 꿀 매수량은 864t으로 2013년(317t) 보다 2.72배 증가했다. 농협은 올해 매수량이 지난해보다 2~3배 가량 늘 것으로 내다본다. 곳간에 쌓여만 있던 꿀 재고량도 대폭 감소했다. 실제로 한국양봉농협에 쌓여 있는 벌꿀 재고량은 약 860t으로 전년동기(2880t)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유통업체 옥션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판매된 국산 꿀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로열젤리는 같은 기간 76% 늘었다. 이 기간 G마켓에서 팔린 국산 꿀도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했다. 옥션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허니버터칩, 허니 브레드 등의 레시피가 등장하면서 꿀 관련 제품 판매도 꾸준히 늘고있다”고 전했다.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 노들섬에 위치한 도시양봉시설에서 벌통 내부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일선에서 일하는 양봉업자들도 꿀 열풍에 웃음 짓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 영월군에서 양봉을 하는 김진국(61) 씨는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꿀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허니버터칩 이후로 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꿀 시장의 전방에 있는 양봉산업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중국,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으로 싼값의 꿀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내 양봉산업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한-베트남 FTA에 따라 베트남 꿀은 올해 양국 FTA가 발효되면서 현재 24.3%인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15년 뒤인 2030년부터 관세가 사라진다. 우리나라가 FTA를 통해 꿀시장 개방을 허용한 국가는 베트남이 처음이다.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가짜꿀 문제는 다방면에서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골치거리다. 가짜꿀은 설탕을 먹인 벌을 통해 생산한 꿀로 ‘사양벌꿀’로 불린다. 사양벌꿀은 제품에 22포인트 크기로 명기해야 하지만 많은 사업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등급제 표기를 의무화하고 생산이력제를 도입했지만 직판매장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