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5.01.05 06:00:00
분단 70주년이 되는 새해를 맞아 남북관계가 뜻밖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 첫날의 육성 신년사를 통해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화답했고, 이에 정부는 “의미 있게 수용한다”며 즉각 맞장구를 쳤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남북국회의장 회담을 위해 방북 추진 의사를 밝혔다. 남북관계에서 모처럼 죽이 맞는 모양새다.
평양의 구체적 반응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예정된 12일 전후로 나올 전망이지만 과거에 늘 그랬듯이 전제조건이 문제다. 김 위원장은 “전쟁 연습이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운운하며 어김없이 연례 한·미군사훈련을 물고 늘어졌고, 박 대통령도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한다는 입장이어서 섣부른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 연설의 5분의 1을 남북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미뤄 북한의 의지도 꽤 있어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 매체들도 대남 비난을 중단한 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은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박 대통령에게도 유혹적인 제안이다. 남북대화가 성사되면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룬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다음 달 설의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이고 2~3년 내 이산가족 생사 전면 확인과 서신 왕래까지 가능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남남 갈등’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비로소 협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남북대화를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거나 그 성과를 정권의 전유물로 삼으려 해선 곤란하다. 정부는 야당에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협조를 얻어가며 협상에 나서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야당도 마치 북한의 대변자인 듯이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미리부터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