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4.02.26 06:30:00
바우처 대상 64만채 실태조사...민간임대 52만채 포함
임대료 부풀리면 1년 이하 징역·1천만원 이하 벌금
저가 임대시장 투명성↑...''과세는 미지수''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다음달부터 전국의 저가 전·월세 주택 64만채를 대상으로 임대차 실태 전수 조사에 나선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주택 바우처(주거 급여) 제도의 효율적인 시행을 위한 사전 조치다. 저가 전·월세 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3월 중 현행 주거 급여를 받고 있는 기초수급자 거주 주택 64만채의 임대료 수준과 임대차 관계, 주택 상태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장은 “주택조사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실태 조사를 전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도입되는 주택 바우처 제도의 사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주택 바우처란 오는 10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주거복지 제도로, 중위소득 43% 이하(작년 4인가구 기준 165만원)인 97만2000가구에게 매달 약 11만원씩 주거비를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7개 항목의 급여를 함께 지급하던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편해 주거 급여만 따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지원 대상이 종전보다 약 24만가구 늘어났다.
조사 대상은 현재 기초생활보장제에 근거해 주거 급여를 받고 있는 기초수급자 거주 주택이다. 전국 전·월세 주택 64만채(공공 임대 12만채 포함)가 해당된다. 수혜 대상이 확대되면서 새로 포함되는 공공·민간 임대주택 21만채는 오는 8월부터 조사 절차를 밟게 된다. 주택 임대료가 아닌 수선비를 보조받는 자가 거주하는 주택 12만채는 정부가 주거 급여를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오는 11~12월부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전문 조사자를 현장에 투입해 해당 주택의 임대차 계약 금액과 주택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정부가 이미 임대료 수준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민간 임대주택은 해당 지역 전·월세 시세보다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을 경우 관리 대상으로 분류, 집중 점검을 받는다. 만약 허위 신고 사실이 적발되면 주거비 지급이 끊기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이 가해진다.
조사 결과는 주택 바우처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 외에 민간 임대시장의 정보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된다. 정부는 조사를 통해 저가 전·월세 주택의 주거 상황을 상당 부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전국 약 656만가구(무상·공공 임대 거주 제외)가 민간이 임대한 주택에 살고 있다. 이번 조사로 정부는 전체 민간 임대가구의 약 8%(52만채)에 달하는 임대차 정보를 손에 넣게 된다. 특히 수급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30%(2010년 복지부 조사)가 통상 지자체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보증부 월세 또는 순수 월셋집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가 그동안 방치됐던 영세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보증금 액수가 큰 확정일자 신고분에 대해서만 전·월세 거래 현황 등을 파악해 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월세시장 투명화를 위해 이번 조사 결과를 연내 도입될 임대주택 정보 시스템 등과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주택은 앞으로 전·월세 계약 신고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이번 조사로 원룸 및 다가구주택 등의 임대소득 신고를 꺼렸던 집주인의 과세 정보 상당수가 노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실제로 세금을 매길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효정 국토부 과장은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이 바우처 지급 대상인 세입자를 기피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과세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