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3.12.10 07:00:00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밝힌 ‘베팅’(betting)이란 단어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 발언은 말 그대로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 일각에선 그동안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온 것에 불만을 제기해왔는데, 바이든 부통령 발언은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바이든 부통령 발언에 대한 통역이 잘못됐다면서 “바이든 부통령 발언은 한·미 동맹의 강고함과 아·태 중시 정책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바이든 부통령 발언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나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미 양국 정부가 궁색한 해명에 나선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바이든 부통령이 “미국은 계속 한국 편에 베팅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볼 때, 미. 중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에 중국이 아니라 미국편에 줄을 서라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이든 부통령은 연세대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아직도 수십억 달러를 들여서 불평도 하지 않고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을 윤 장관이 해명할 필요는 없다. 또 바이든 부통령의 말을 언짢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입장에선 우리나라가 중국과 우호관계를 맺으려는 것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팅은 도박 용어이다. 경마와 게임 등에서 승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에 돈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때문에 국가간의 관계에서 베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부통령이 베팅이란 단어를 쓴 것은 한.중보다 한. 미 관계가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이든 부통령 발언이 듣기 불편하더라도 국익을 위해 베팅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이 입장을 바꾼 것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국익을 위해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미. 중 양국의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려면 도박사처럼 높은 확률에 베팅할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