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0.03.09 06:36:28
건강보험개혁 연설 앞두고 헬스케어주 하락
연준 6개월내 금리 인상 전망도 부담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8일(현지시간) 지수별로 등락이 엇갈리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경제지표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주 강세에 따른 숨고르기 양상이 전개되면서 주요 지수들이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13.68포인트(0.13%) 하락한 1만552.5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86포인트(0.25%) 상승한 2332.21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0.20포인트(0.02%) 내린 1138.50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그리스 재정 위기 사태 해소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로 출발했다. 지난 7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그리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유로화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그리스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점이 호재가 됐다.
이로 인해 금융 시장에서는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되살아나며 주가를 끌어 올렸고, 유로가 강세를 나타낸 반면 달러가 약세를 보인 점도 주요 상품 가격 상승을 통해 주가 상승을 지지했다.
또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구제금융 자금 상환을 위해 자회사 아메리칸라이프인슈어런스(알리코)를 메트라이프에 매각키로 했다는 소식은 금융 시스템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오전 11시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연설을 전후로 주요 헬스케어주가 하락하며 주요 지수는 보합권으로 밀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건강보험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행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험업계를 공격했다.
이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6개월 내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미기업경제협회(NABE)의 설문조사 결과도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국제 유가가 배럴당 82달러를 상회한 이후 일부 원유 선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점도 상품주의 상승폭을 축소시키며 주가에 부담을 더했다.
다만 기술주는 리서치인모션(RIM)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과 시스코의 인터넷 속도 향상 관련 기술 발표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시스코, 버라이즌, 맥도날드 등 11개가 상승한 반면 19개가 하락했다.
한편 국채는 입찰을 앞두고 장기물을 위주로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혼조세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하며 배럴당 81달러 선을 유지했다.
이날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 가운데서도 기술주는 개별 종목 호재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는 JP모간이 `비중확대`를 제시한 데 이어 인터넷 속도 향상을 위한 기술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 3.83% 상승했다. 인터넷 속도 향상으로 인해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되는 버라이즌 등 주요 통신업체들의 주가도 올랐다.
또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RIM은 BMO가 `수익률 상회`로 투자의견을 높이고,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영향으로 5.65% 올랐다.
AIG는 메트라이프에 알리코를 매각키로 했다는 소식이 구제금융 상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을 낳으며 3.60% 상승했다. 알리코를 인수해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일본에서도 최대 생명보험사로 발돋움하는 메트라이프는 5% 넘게 올랐다.
이밖에 외식업체인 맥도날드는 2월 동일점포 매출이 4.8% 증가했다는 발표에 2% 넘게 뛰었다. 아이맥스는 팀 버튼 감독의 3D 영화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개봉 첫 주말 호조를 보임에 따라 7.62% 올랐다.
반면 헬스케어 관련주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하락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1.90% 내렸고, 코벤트리헬스케어, 다비타, 맥키슨, 아메리코스버겐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NABE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향후 6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0.25~0.5%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준금리가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경기부양에 치중하고 있다는 견해도 많았다.
린 리저 NABE 회장은 "대다수 회원들은 기준금리가 수개월 내에 인상될 가능성이 크며 또한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장기간 저금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들을 통해 경제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으며, 일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시장이 금리 인상에 대비하도록 신호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악화될 경우 미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미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그리스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 유로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게 된다"며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리스, 유럽, 미국이 강력하고 건전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