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큰 폭 하락..소비둔화 우려

by하정민 기자
2005.09.14 05:50:57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13일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 하락했다. 다우 지수는 다시 1만500선대로 내려섰다.

이날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실적 경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최대 가전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가 기대 이하의 실적과 전망을 내놓았고 최대 생필품 업체인 프록터 앤 갬블도 가세했다.

고유가와 허리케인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경기에 본격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지난주 주식시장 상승에 대한 차익실현 심리도 높았다.

8월 생산자물가(PPI)와 7월 무역수지가 시장 예상보다 좋게 나왔지만, 절대수준은 부정적이어서 금리인상 우려감을 불식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85.50포인트(0.80%) 낮은 1만597.44, 나스닥 지수는 11.08포인트(0.51%) 떨어진 2171.75로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는 9.36포인트(0.75%) 하락한1231.20으로 마감했다.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0.23달러 낮은 63.11달러로 장을 마쳤다.

◆8월 PPI 예상 밖 하락..금리인상은 여전할 듯

8월중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0.6% 상승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 0.7%(마켓워치 집계) 및 전달의 1.0%보다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월가에서는 0.1% 상승을 예상했으며, 전달에는 0.4% 올랐었다.

그러나, 원지수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5.1%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월비 상승률의 절대 수준도 높은 편이다. 8월지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충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인플레이션 우려감을 고조시켰다.

PPI 발표전 실시된 블룸버그 설문결과에 따르면 86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4분의3 이상이 오는 20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3.75%로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월중 무역수지는 579억달러로 2.6% 감소했다. 당초 월가에서는 595억달러로 불어났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수출이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가운데, 수입이 예상과 달리 감소한 것이 무역수지를 개선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6월치가 595억달러로 당초 집계보다 7억달러 상향수정돼 `호전`의 의미가 퇴색했다.



◆베스트바이 급락..소비 둔화 우려

베스트바이(BBY)는 회계연도 2분기 순이익이 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벽걸이 텔레비전과 같은 대형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데 힘입은 것.

그러나 주당 순이익은 37센트로 시장 예상치에 1센트 못미쳤다. 베스트바이는 3분기 순익 전망치도 28∼32센트로 제시해 월가 기대치 34센트에 못미쳐 연중 최대의 소비가 이뤄지는 할리데이시즌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베스트바이 주가는 11.06% 급락했다.

카트리나로 인해 커피 사업에 타격을 입은 프록터 앤 갬블(PG)도 베어스턴스의 투자의견 하향 소식에 1.80% 하락했다.

미국 28개 지역에서 31개의 일간지를 발행하는 나이트라이더(KRI)는 카트리나 피해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가는 5.30% 하락했다.

파산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델타 항공(DAL)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이날 JP모건은 델타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대폭 내렸다. 주가도 8.24% 급락했다. 또다른 항공업체 노스웨스트(NWAC) 주가는 무려 52.57% 추락했다.

◆노키아 효과로 기술주 강세..HP는 약세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NOK) 주가는 4.60% 뛰었다.

이날 노키아는 휴대폰 판매 호조를 이유로 3분기 매출액과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했다. 노키아는 3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당초 0.14~0.17유로에서 0.18~0.19유로로, 3분기 매출액 전망치 역시 84~85유로로 종전 예상치 79~82억유로보다 상향했다.

지난주 반도체주 강세를 이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 주가도 2.57% 올랐다.

이 영향으로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X)도 0.23% 올랐다.

반면 휴렛패커드(HPQ) 주가는 0.76% 하락했다. 휴렛패커드는 이날 독일 1500명을 포함해 유럽 지역에서 총 59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렛패컫는 지난달 세계 전체 인력의 10%인 1만4500명을 줄일 예정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