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INEWS24 기자
2000.04.12 08:48:02
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은 한마디로 국내 대표적인 버블기업이 벌인 한판의 머니게임으로 최종 결정났다.
이번 합병무산은 경영진이 바뀌는 등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안겨줬던 골드뱅크사태에 이어 국내 인터넷 거품기업들이 빚어낸 해프닝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비난이 빗발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가 합병을 선언한 것은 지난달 16일. 당시 별다른 사업모델이 없는 양기업은 거품으로 가득찬 코스닥 등록기업과 비상장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견인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무산이 이미 예견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양사는 국내 대표적 거품기업으로 설사 합병을 한다고 해도 뚜렷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새롬기술은 고작 PC통신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다가 이미 철지난 인터넷무료 국제사업인 "다이얼패드" 사업을 들고 나온 것이외에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도 수익구조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서도 인터넷무료 국제전화사업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새롬의 거품론의 증명은 단지 시간문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네이버컴 역시 자연어 검색 등 다양한 검색엔진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마케팅력의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코스닥 등록기업인 새롬기술과의 합병이라는 무임승차를 통해 손쉽게 자본이득을 얻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새롬기술이 최근 코스닥시장의 침체와 기술 및 마케팅의 한계로 120만원대(액면 5000원으로 환산시) 주가가 40만원대까지 떨어지면부터.
새롬기술주가는 최근 무상증자를 실시하면서 120만원대에서 반토막으로 내려앉았고, 거품론의 대표기업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한채 주가가 40만원대까지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네이버는 결국 새롬기술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주식교환방식을 통한 합병 자체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고 양측의 실무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양사는 그러나 합병을 발표했던 당시 네이버의 주식과 새롬기술의 주식을 4대1의 비율로 주식교환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네이버가 무한창투로부터 60배의 프리미엄을 받고 주당 30만원씩의 자본을 유치할 당시 새롬기술의 주가가 120만원을 기록했던 것으로 바탕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양사는 주가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합병 반대의견이 거세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등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합병결렬을 선언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합병무산의 문제는 단순히 코스닥 시장 침체에 따른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국내 인터넷 산업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새롬기술은 모업체의 경영권 파문에 이어 국내 인터넷 거품론을 조장한 또하나의 기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명백한 수익모델없이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이익을 보려는 얄팍한 상술을 보였다는 점에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또 이번 합병 무산의 피해가 고스란히 코스닥시장의 개미군단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양사의 책임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실 새롬기술과 네이버의 합병이 난항을 겪는다는 소식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새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서 S기업의 막대한 자금이 새롬기술쪽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소문도 함께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S기업의 영향력에 있는 양사가 희대의 해프닝을 일으키는 사이 주가는 급락했고 그 피해는 개미군단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사태가 일어 난 것이다.
현재 S기업은 네이버 지분의 20%, S기업 관계사들은 새롬기술 지분 80만주(지분율 약 4.5%)를 가지고 있다.
이번 합병무산의 또하나의 문제점은 양사가 합병무산에 대한 책임론을 느끼기 보다는 얄팍한 눈가림을 통해 넘어가려는 자세에 있다. 양사는 합병이 무산되면 “새롬기술이 네이버 지분의 10%를 인수하는 대신 2백50억원에 투자키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작 증권가에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정중한 사과의 말 한마디없이 해프닝을 은폐하려는 얄팍한 상혼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인수합병 무산은 업계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기업의 정직성이다. 새롬기술과 네이버의 이번 합병 무산은 주가견인을 위한 의도적인 언론플레이라는 씻을 수 없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