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5.01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이 달 29일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채상병 특검법’ 등 다수의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어제부터 열린 임시 국회에서 쟁점 법안의 다수결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최우선으로 꼽는 법안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재표결에 부쳤다가 부결돼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본회의 재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5월 2일과 28일 두 차례 본회의 개의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의 5월 입법 강공은 어제 끝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양자 회담의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빈손으로 끝났다고는 해도 윤·이 회담은 여야 대화의 물꼬를 트고 협치의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작지 않았다.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정부·여당은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진흙탕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게 민심의 요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생과 규제 혁파를 위한 법안들은 외면한 채 쟁점 법안들만 콕 찍어 강행 처리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여당을 21대 끝까지 흔들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불과한 22대 국회는 안 그래도 야권의 일방 독주가 더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술 더 떠 국회의장직 도전을 선언한 민주당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명 경쟁’이 노골화하면서 의장의 중립성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협의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정성호 의원) “의장은 중립 기어를 넣으면 안 된다”(추미애 의원) “국회법이 규정한 중립의 협소함을 넘어서겠다”(우원식 의원)는 등 탈(脫)중립을 대놓고 무시하는 말들이 그 증거다. 당적을 가질 수 없는 의장 본연의 의무를 팽개치겠다는 반민주적 발상들이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다면 완력 자랑과 같은 입법 폭주를 멈춰야 한다. 의회 권력에 발목 잡힌 정부와 지리멸렬의 여당을 상대로 입법 폭주에 나선다면 이는 또 다른 악순환의 시작일 뿐이다. 겸손을 잊은 정당에 민심은 반드시 등을 돌린다는 것을 민주당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