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버스 더이상 멈춰선 안된다"[생생확대경]
by양희동 기자
2024.04.01 05:50:00
3월28일 서울시내버스 파업으로 출근길 대란
전체 버스 98%가 멈춰서 운행 자체가 불가능
시내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파업시 운행 규정無
22대 국회선 노조법 개정 통해 버스 대란 막아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버스도착정보 없음.’
서울시민들은 지난 3월 28일 아침 출근길에 시내버스가 단 한대도 오지 않는 황당한 현실을 마주했다. 버스도착정보가 포털사이트와 버스 앱 등에서 사라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전산오류’를 의심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하지만 서울에서 시내버스 증발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서울시내버스 노조)이 12년만에 벌인 총파업 때문이었다.
|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12년 만에 파업을 벌인 3월 28일 서울 양천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멈춰서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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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버스 노조는 인천·경기 등 타지역에 비해 낮은 임금 탓에 인력 유출이 있다며 12.7%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노사 양측은 수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도 거쳤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3월 27일부터 밤새 이어진 협상은 결렬됐고 28일 새벽 4시 첫차부터 서울시내버스 7382대 중 무려 97.6%인 7210대가 일제히 멈춰섰다.
서울시민들은 시내버스 운행을 ‘올스톱’ 시키는 방식의 노조 파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아침 서울 곳곳에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고, 택시를 잡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많은 시민들이 차를 몰고 나오면서 시내 도로마다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었다.
비난의 화살은 시내버스 파업을 사전에 막지 못한 서울시에 쏟아졌다. 서울시는 파업 철회를 위한 협상 중재에 나섰고 오세훈 시장도 “조속한 타결”을 강조했다. 결국 서울시가 내놓은 임금 인상률 4.48%, 명절수당 65만원 등 중재안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시내버스 전 노선은 이날 오후 3시 10분, 정상 운행이 재개됐다. 서울시내버스 대란은 파업 돌입 11시간 만에 해결됐지만 ‘재발 방지’라는 숙제도 남겼다.
문제는 준공영제인 서울시내버스는 민영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서울시가 노사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조합법에서 필수공익사업으로 구분해 노조 파업 시에도 계속 운행되는 지하철과 달리 시내버스는 이런 규정에서 빠져 있다.
시내버스 등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도 노동조합법엔 공익사업으로 분류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동쟁의 조정을 우선적으로 취급, 신속히 처리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서울시내버스가 모두 멈춰 교통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을 국가와 지자체가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은 10여개 지하철 노선이 촘촘히 도시를 관통하고 있지만, 노선 사이사이엔 여전히 교통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서울에서도 주로 강북권에 몰린 이런 지하철 사각지대들은 상대적으로 교통 약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내버스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민들은 이런 지하철 사각지대에 살고 있어, 버스에 의존해야하는 분들일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으로 구성될 새로운 국회에선 노조 파업으로 시내버스가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관련법 개정에 하루속히 이뤄져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