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경 기자
2023.09.27 03:10:00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세라 자페|520쪽|현암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일을 사랑하라.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게 된 이후 현대인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설사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희생할 것을 강요받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열심히 일할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지는 걸까.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노동과 사회·젠더 이슈를 주로 취재하는 저널리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일이 성취감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는 이런 생각이 사회에 퍼진 것은 불과 1970~80년대다. 자본주의 초기에 사람들을 일터로 밀어 넣을 때 썼던 방법이 강요였다면, 신자유주의에선 ‘일은 좋아서 하는 것’이란 이념으로 포장했다. 그 결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근무가 끝나도 늘 대기상태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사랑의 노동’(labor of love)은 사기”라고 단언한다. 혹시라도 당신이 일을 사랑할 순 있겠지만 일은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일과 인간은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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