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포기했나…'총선 퍼주기 SOC' 의기투합한 당정[기자수첩]

by조용석 기자
2023.08.25 05:00:00

23일 당정협의서 다수 SOC 사업 내년 예산 포함 합의
예타 탈락 사업까지 추진 약속…총선용 선심 예산 비판
尹 "인기없는 긴축재정 불가피"…불가피한 SOC 맞나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은 ‘건전재정’, ‘긴축재정’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재정이 지금 불가피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원의 국가채무가 쌓였다”고 문재인 정부를 직접 직격하며 건전재정 의지를 보였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 다섯번째)와 의원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다섯번째)과 정부 측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2024년 예산안 발표에 앞서 23일 개최한 당정협의를 보면 건전재정 기조가 사라진 듯하다. 당정은 인천발 KTX건설 및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개통(수도권), 서산공항 건설 및 충청 내륙 고속화도로 1∼4공구 조기 완공(충청권),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및 대구 도시철도 엑스포선 건설(영남권) 등 전국에 걸친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그간 SOC 예산은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2023년 SOC 예산 책정시 전년대비 무려 10.2%가 감축, 산업·중소기업·에너지(18.0%) 분야 예산과 함께 유이하게 두자릿수 삭감됐다. 하지만 당정이 합의한 사업을 모두 추진한다면 내년 SOC 예산은 감축 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내년 세수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수출부진 등으로 규모가 큰 법인세 등 주요세목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 SOC 사업은 장기 지출이 불가피하기에 세수부족 상황에서 더욱 피해야 한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던 서산공항까지 포함된 것을 보면 정말 필요한 사업인지도 의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SOC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최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6.4%가 국가 재정건전성 강화와 관련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기 없는 긴축재정,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에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이 우겨넣은 SOC 사업들을 보고 있자니, 윤 대통령의 말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