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23 05:00:00
일본 정부가 어제 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4일부터 해양 방류하는 일정을 의결했다. 해양 방류 계획을 세운 지 4년 만이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현재 133만 t이상의 오염수가 1000여개의 대형 탱크에 보관돼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 전력은 30~40년에 걸쳐 하루 최대 500t가량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 방류할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일 원전을 시찰했으며 21일엔 어민 대표를 면담하는 등 막바지 준비를 서둘러 왔다.
오염수와 관련,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ALPS로 걸러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리된 오염수에 대량의 바닷물을 섞어 희석한 후 방류하면 삼중수소 농도도 국제 기준 이하로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방류 전 점검에 참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7월 최종보고서에서 100배에 달하는 해수를 섞어 방출하면 삼중수소의 농도가 1ℓ당 1500Bq(베크렐)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삼중수소의 음용 기준은 1ℓ당 1만Bq이다. 국내의 대다수 과학자와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 안심은 다르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안전을 내세워도 최인접국인 한국은 국민 불안과 경제적 피해를 면키 어렵다. 30년 이상의 방류 과정에서 정화 장치 등이 한치 오차 없이 관리되고 제대로 작동할 지 또한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ALPS의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농도를 측정하는 방사능 물질의 종류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때문에 한국 전문가의 방류 점검 과정 참여와 방류 모니터링 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 우리 정부 요구에 일본이 응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기시다 총리가 어민 대표들 앞에 머리를 숙였지만 이는 일본 내에만 한정될 일이 아니다. 한국과 국제 사회를 향해서도 다시 한 번 이해를 구하고 가해국으로서 사과해야 한다. 이웃의 걱정과 불안을 외면한다면 어렵게 물꼬를 튼 한일관계 정상화와 우호에도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 간 양국 관계를 수렁에 빠뜨린 원인 중 하나가 ‘파탄난 신뢰’에 있었음을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