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 볼륨 조각 사이로…미로 정원을 거닐다
by이윤정 기자
2023.05.30 05:30:00
권오상 개인전 ''에어 매스: 바람이 다니는 길''
신작 6점·데오도란트 타입 12점 선보여
"에어 매스 시리즈 한 자리에 모은 첫 전시"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행사장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볼륨 조각이 전시장 곳곳에 ‘미로 길’을 만들어놓았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에어바운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들이 알아볼 수 있는 유명인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세계적인 배우 탕웨이를 비롯해 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 모델 미즈하라 키코, 팝스타 비욘세까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형상은 유명한 헨리 무어(Henry Moore)의 와상을 연상케한다.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 ‘에어 매스(AIR MASS): 바람이 다니는 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는 7월 16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6점과 데오도란트 타입 12점을 선보인다. 롯데갤러리에서 권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 매스’는 내부에 공기를 주입시킨 볼륨 조각이다. 작가에게 많은 영감을 준 영국의 유명한 추상 조각가 헨리 무어의 청동 조각을 현대화하기 위해 고안해 낸 새로운 제작 방식이다. 높이 3.2m, 가로 6m가 넘는 거대한 조각들이 100여 평의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관람객들은 조각 사이를 거닐며 바람의 길을 걷게 되는데 거울 기둥으로 인해 마치 미로 정원을 걷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전시명이 ‘바람이 다니는 길’이 된 이유다.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작가의 신작 ‘에어 매스’ 시리즈를 한 곳에 모아놓은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건물이나 문 사이에 바람 구멍이 뚫려 있는 중국식 전통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미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견에 따라 거울 기둥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 권오상 개인전 ‘에어 매스: 바람이 다니는 길’ 전경(사진=롯데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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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작가는 사진을 활용해 입체적 형상을 만드는 사진 조각의 대가로 잘 알려졌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아트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에르메스, BMW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얻은 스타 작가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조각의 범위와 개념을 꾸준하게 확장시켜왔다. 1998년 인화된 사진조각을 오려 붙이는 ‘데오도란트 타입’을 선보였고, 2003년에는 납작한 평면조각인 ‘더 플랫’ 연작을 발표했다. 잡지에서 시계, 부석, 화장품 등을 오려내 간단한 철사 구조물로 각각의 종이조각을 표현한 작품이다. 2006년에는 더플랫 작품 형태를 3D 형태로 구현한 ‘더 스컬프처’를, 2013년엔 과거 유물과 현대 사물을 조합해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매스패턴스’를 선보였다.
이번 ‘에어 매스’도 그간 선보여온 작품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데오도란트 타입의 표면을 플랫 시리즈의 평면으로 전환해 이 둘을 완전하게 결합시킬 방법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인플레이터블(inflatable)을 활용했다. 속이 텅 빈 사진조각의 외형을 갖추면서도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해 마치 스타가 누워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그의 시그니처 작품인 데오도란트 타입은 이번 전시와 어울릴 수 있는 ‘정원’ 느낌을 주는 작품들로 엄선했다. 중국식 화병을 본뜬 ‘윌리엄스버그의 중국식 화병과 다람쥐’를 비롯해 ‘태멘공 28의 개나리’ 등을 전시해 놓았다.
지난 3월 파리 패션위크에 초대된 쇼에서 패션 브랜드 잉크(EENK)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새겨진 권오상 작가의 에어 매스 작품 사이로 모델들이 캣워크를 하는 패션쇼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7일에는 다시 한 번 파리 패션쇼를 재현하는 행사가 롯데갤러리에서 열렸다.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패션쇼 현장에는 컬렉터와 모델, 배우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거대한 볼륨 조각이 함께하는 만큼 그간의 정적인 전시와는 다른 액티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 권오상 작가의 ‘테맨공 28의 개나리’(사진=롯데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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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상 작가의 ‘윌리엄스 버그의 중국식 화병과 다람쥐’(사진=롯데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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