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막걸리만 물가 따라 '주세(酒稅)' 올리는 이유는?[궁즉답]

by김은비 기자
2023.02.03 04:30:01

소주·와인·위스키 등 종가세 품목과 형평성 문제
물가연동해 세금 인상 마다 발생하는 논란 줄여
모든 주류 종량세 도입시 소주 세율 대폭 올려야
"시장 성숙에 따라 모든 주류 종량세 도입도 검토"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맥주·탁주(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물가와 연동하는 건 소주·와인·위스키 등 과세체계가 다른 주종과의 과세 형평성 때문입니다. 2019년 정부는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맥주·탁주에 대한 주세만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고, 소주·와인·위스키는 종가세를 유지했습니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에 따라 세금이 붙는 방식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게 돼 자동적으로 물가수준이 세부담에 반영되게 됩니다. 소주·와인·위스키는 제품 가격을 올린 만큼 자연스레 세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맥주·탁주는 다릅니다.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종량세의 경우 출고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세율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실질 세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같은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인데도 과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겁니다.

현행법상 물가연동형 종량세를 따르는 품목은 주세가 유일합니다. 담배소비세, 유류세 등 특정한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품목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하나의 품목 안에서 과세체계가 다른 건 주세밖에 없습니다.

과세형평성 때문이라지만, 굳이 물가에 연동해야 하는 건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물가 상승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재량껏 세금인상률을 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매년 세금 인상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물가연동제로 하면 물가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결정돼 불필요한 논쟁과 행정 절차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입니다.



모든 술을 종량세로 바꾸면 물가연동을 하지 않고 정부가 재량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따라서 도수가 높은 술에는 고세율을, 도수가 낮은 술에는 저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을 하게 됩니다. 실제 2019년 소주·와인·위스키 등 모든 주류를 종량세로 바꾸는 것을 검토했다가 접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표적 서민술인 소주와 고급술인 위스키가 도수에 따라 단일세율을 부과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주와 위스키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국제기준에 따르면 소주와 위스키는 같은 증류주로 분류됩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1997년 한국을 상대로 낸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난 결론입니다. 당시 국내 위스키와 소주 세율은 각각 150%, 36%로 달랐습니다. 하지만 WTO는 소송에서 “소주와 위스키는 같은 증류주로 국내·해외산 주류 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위스키와 소주 세율의 중간인 72%로 세율을 통일했습니다.

이같은 단일세율 하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소주 세율을 대폭 올리거나 위스키를 대폭 낮춰야 합니다. 만약 알코올 1도당 세액을 위스키 수준에 일치시킬 경우 소주의 소비자가격은 현재 700원에서 7700원으로 급격하게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위스키 세율을 낮추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또 다른 증류주인 전통주 업계에서도 종가세로 돼 있는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나옵니다. 고급재료를 사용해 맛과 향을 내는 전통주는 출고가격이 높아 종가세 보다는 종량세를 할 때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맥주·탁주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종량세로 체계를 바꾼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숙하면 다른 주류에 대해서도 종량세 전환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데일리 궁즉답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이슈에 기자들이 직접 답을 드립니다. 채택되신 분들에게는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 이메일 : jebo@edaily.co.kr
  • 카카오톡 : @씀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