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서 영감..라이카의 정통성 담은 기계식 시계 만들었죠"

by백주아 기자
2022.12.13 05:30:00

다니엘 블런쉬 라이카 시계 총괄 책임자 인터뷰
100년 전통 獨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시계 사업 박차
카메라와 시계 '시간' 다루는 점서 공통점 있어
자체 기계식 무브먼트 완성..시계 장치 특허 다수 획득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100년 전통의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가 시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카메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라이카의 브랜드 정신을 바탕으로 기존 시계 브랜드와는 차별화한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포부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라이카 카메라 청담 매장에서 만난 다니엘 블룬스키 라이카 시계 총괄 책임자. (사진=백주아 기자)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라이카 카메라 청담 매장에서 만난 다니엘 블런쉬 라이카 시계 총괄 책임자는 “라이카의 시계는 라이카 카메라의 근간과 최신 산업 트렌드, 장인 정신을 결합한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카는 카메라, 현미경 등을 만드는 세계 광학 분야의 굴지의 회사다. 지난 2014년 라이카 100주년을 기념해 시계 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난 2월 라이카 L1, L2를 독일,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미국 등 7개국 매장에서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국내를 비롯해 영국, 스위스 등 7개 매장에서도 출시했다.

라이카의 시계 사업 확장은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라이카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정통 시계 브랜드로부터 시계 생산 기술력 등을 습득한 그는 세계 3대 명품 시계 중 하나인 ‘랑에 운트 죄네’의 기술자를 영입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라이카 시계만의 독보적인 기계식 무브먼트를 완성했다.

블런쉬 책임자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계전문업체 스와치 그룹 티쏘 등에서 30년 넘게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그는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1930년대 카메라를 만든 것처럼 알루미늄 소재, 기어, 휠 등 시계 제작을 위해 필요한 부품은 카메라에서도 사용한다”며 “무엇보다 시계와 카메라는 모두 ‘시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카 워치. (사진=라이카카메라)
손으로 태엽을 감는 기계식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라이카 시계 L1, L2는 기존 시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라이카 카메라와 관련된 많은 특성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시계 디자인도 카메라 제품을 디자인한 에킴 하인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맡아 라이카의 정통성을 계승했다.



블런쉬는 “범용으로 쓰이는 무브먼트를 들여와 외관 디자인만 바꾸는 회사도 있다”며 “이는 라이카가 걸어온 길과 맞지 않았다. 기존 라이카의 상징을 반영하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이어 “시계의 디자인과 콘셉트 모두 라이카의 근간을 반영했고 여러 가지 특허도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것이 카메라 셔터에서 영감을 받은 ‘레드-닷’ 푸시 크라운 기능이다. 작은 초침을 0으로 재설정하는 이 기능은 일반 시계처럼 크라운을 당기지 않고 눌러서 시계를 작동한다. 이 같은 방식의 시계 구동은 업계 최초로 푸시 크라운 기능을 탑재하면서 시간 조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마치 자동차 엔진이 멈췄다 켜지는 것처럼 빨간색(멈춤), 흰색(작동)을 오가는 인디케이터를 통해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날짜도 같은 방식으로 크라운을 조작한다. 특히 라이카 워치 L2에는 그리니치 표준시(GMT) 크라운이 탑재돼 두 개의 시간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라이카 시계는 독일 현지에서 부품 설계부터 제작, 조립, 그리고 생산까지 모두 한 곳에서 이뤄진다. 생산 측면에서 기존 명품 시계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블런쉬는 “상당수의 브랜드가 시계에 탑재하는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한다”며 “라이카는 다이얼 상단에 부착한 인덱스나 케이스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라이카 카메라 매장. (사진=백주아 기자)
라이카는 이번 L1, L2를 시작으로 제품군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제작해 생산량은 연간 800~1000여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량 생산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서 제품의 품질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블런쉬는 “지난 2월 전 세계 7개 매장 출시 후 완판까지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번에 한국을 포함해 총 14개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다른 시계 브랜드보다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별한 제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