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2.11.10 05:00:00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중인 여야가 앞다퉈 증액 요구를 쏟아내면서 윤석열 정부의 긴축 의지가 첫해부터 흔들리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고물가·고환율 ·고금리를 반영한 예산 증액을 권고하고 나선 데 이어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 각 상임위도 잇달아 증액 요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쌀 의무 매입, 기초연금 및 아동연금 인상 등도 여야가 연내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어 긴축 예산은 물 건너 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결특위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5~6월 경제 전망을 토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0%로 봤지만 이후 전망치가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3.7%),경제협력개발기구(3.9%)등의 예상만 반영해도 최대 6조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방위원회는 7834억원을, 외교통일위는 99억원의 예산을 정부안보다 더 늘린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격오지 근무자 특식예산 확대와 탈북주민 지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예결특위 등의 증액 요구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심의 초반부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방만한 나랏돈 씀씀이를 바로 잡고 건전 재정으로 되돌리겠다는 윤 정부의 약속을 헛구호로 만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긴축 기조로 짰다지만 내년 예산안은 본예산 기준,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원에 달한다. 연평균 8.7%씩 예산을 늘리며 나랏빚을 재임 중 408조원이나 불린 문 정부에 비하면 나을지 몰라도 완전한 예산 다이어트라고 보기는 어렵다. 10차례에 걸쳐 15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문 정부의 추경 중독이 반복된다면 긴축은 생색내기로 끝날 수도 있다.
국제 금융계와 신용평가사 등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악재로 가계 부채와 국가 채무의 급속한 증가를 꼽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둘러싼 공방으로 부실 심사가 우려되는 판에 국회가 증액부터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여야는 선심성 증액의 유혹을 끊고 재정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긴축 기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