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2.08.20 08:00:00
[위클리IB]신청 5개월만에 상장심사 열려
보유확약·의결권 공동행사 등 거래소 요구 조건 충족
심사 통과해도 공모가 산정, 수요예측 등 산넘어 산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이주(15~19일) 투자은행(IB) 업계의 이목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컬리(마켓컬리) 상장 예비 심사 소식에 쏠렸다. 상장 예비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만 공모가 산정을 포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컬리의 상장 완주까지 구불거리는 난코스가 예상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다음주 중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컬리의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컬리가 지난 3월 28일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5개월만에 진행되는 심사다. 통상 상장예비심사는 평균적으로 2개월 안팎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컬리는 더 오래 걸린 셈이다.
컬리의 상장 심사가 지연된 이유는 거래소가 내건 조건을 추가로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컬리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최소 18개월 이상 의무보호 확약을 할 것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요구했다. FI에게 넘어간 지분이 과하게 많고, 창업자이자 현 경영자인 김슬아 대표가 보유한 지분율이 극히 낮아 상장 이후 경영권에 불안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김슬아 대표는 컬리의 6대 주주로, 보유 지분율은 5.75%에 그친다. 컬리의 지분 50% 이상은 대부분 외국계 FI가 보유하고 있다. 힐하우스캐피탈(11.89%)과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이다.
상장 완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컬리는 FI들을 설득해 일부 우호지분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중 한국거래소에 의무보유확약서 및 의결권 약정 등에 관한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컬리가 거래소가 내민 조건을 충족하는 데 성공하면서 예비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컬리가 소액주주들에게까지 최대 6개월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을 요구한 일이 알려지면서 상장 후 주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컬리도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걸 보여준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음 주 상장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최종 상장까지 컬리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컬리는 지난해 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게 250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번 공모가 산정 시 이 몸값의 절반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연초 이후 지속된 금리인상과 깊어지는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상반기 중 증시 입성을 시도하다 악화된 투자심리 앞에 상장을 포기한 기업만 여럿이다. 현대엔지니어링부터 SK쉴더스,현대오일뱅크, 원스토어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IPO 대어로 꼽혀왔던 쏘카가 상장을 강행했으나 기관 및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상장 진행 전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3조원대에 달했으나 확정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가 채 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컬리 공모가 산정 시 2조원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FI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 만큼 공모가를 높게 잡더라도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를 반려해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시장 분위기가 양호했던 지난해에도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 등 증권신고서를 반려 당하고 정정 요구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실상 공모가 고평가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FI들의 엑시트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2조원 안팎의 몸값이 확정되면 컬리의 초기투자자 외에는 대부분 손실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 FI들이 ‘본전’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여력이 높아야 하지만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주식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이도 쉽지 않은 상태다.
진퇴양난. 그럼에도 상장 철회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장 계획을 더 미루거나 철회할 경우 컬리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컬리는 지난 2015년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되어왔다.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만 5000억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