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코스피 맥 못 출 때 코스닥 강세

by김겨레 기자
2022.03.24 05:26:56

최근 한 달 수익률 비교해보니
코스피 1% 오를때 코스닥 7% 상승
원자재값 부담 덜한 코스닥에 자금 쏠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국내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스피지수보다 코스닥지수의 성과가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원자재값 불안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큰 코스피보다 소프트웨어와 바이오 등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을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05포인트(0.92%) 상승한 2735.0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5.90포인트(0.64%) 오른 930.57까지 상승했다. 양대 시장 모두 이틀 연속 올랐다.

최근 한 달로 범위를 넓혀 보면 코스닥지수의 수익률이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지수가 1.04% 오르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7.17% 상승했다.

공매도가 가능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도 각각 0.37%, 7.61% 올라 코스닥이 양호했다. 같은 기간 양대 시장 대장주를 비교해봐도 삼성전자(005930)는 3.96% 하락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1.71% 상승했다.

이는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6조6620억원 어치를 사들이고 코스닥 시장에선 905억원을 팔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6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던졌지만, 코스닥 시장에선 905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기관 역시 코스피 시장에선 1조1117억원을 파는 동안 코스닥 시장에선 4594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관심을 둔 것은 코스피 시장에 제조업 중심의 ‘중후장대’ 기업이 몰려 있어 거시 경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 동안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수출 중심 기업의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 일부 기업은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으며, 역성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미디어, 소프트웨어, 바이오 업종의 비중이 40%에 달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해석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일변도는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국내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부담을 반영한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이익의 상관성이 0에 가깝고 실적이 상향되는 종목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지수의 펀더멘털도 과거 대비 양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영업이익률은 올해 7% 전후로 정체된 반면 코스닥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초 8%대에서 올해 11%로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코스닥의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컨센서스) 대비 90%를 달성해 과거 10년 영업이익이 전망치 대비 20~30% 낮았던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축소됐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금리 급등이 진정된 상황에서 성장주는 점차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마진 축소 압력이 당분간 지속되는 국면에서 코스닥 주도 업종의 비중 축소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반등 추세인 뉴욕 증시에서도 나스닥의 회복 속도가 빠른 모양새다. 지난 한 주 다우지수가 5.5% 상승할 동안 나스닥지수는 8.1% 급등했다. 지난 14일 이후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성과가 6%포인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고유가와 강달러처럼 기업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은 거시 환경을 감안하면 곧 시작할 1분기 실적 시즌은 기대를 크게 웃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치주 가운데 유가 상승 수혜를 입고 있는 에너지와 소재 업종을 제외하면 성장주에 비해 실적 실망이 클 수 있어 성장주의 상대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