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퍼주기ㆍ네거티브 판친 대선 토론, 미래 고민 어디 갔나

by논설 위원
2022.02.23 05:00:00

사상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혹평을 듣는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이 정치 혐오와 불신을 더 부추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자질과 비전 및 국가경영 능력 검증 등을 위해 중앙선관위가 주관한 자리지만 매표성 퍼주기 약속과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토론은 두 차례 더 열릴 예정이나 이런 양상이 계속될 경우 선거에 대한 거부감만 키운 채 유권자들도 선택에 혼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제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코로나피해 대책을 놓고 충돌했다. “불이 나면 빨리 불을 꺼야지 양동이 크기가 중요하냐”는 이 후보 주장에 윤 후보는 “내가 50조원 재원으로 손실보상하자고 했을 때는 저더러 포퓰리즘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맞섰다. 치열한 말싸움이었지만 핵심은 결국 지원금 보따리의 크기였다. 같은 날 국회를 통과한 16조 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가 재정과 대외신인도 등에 안길 후폭풍은 후보들에게 전혀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피해를 국가가 전부 보상하도록 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경제 분야 토론이었지만 후보들은 대장동 의혹 녹취록과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놓고도 난타전을 벌였다. 후보 관련 잡음과 추문, 범법 행위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지만 국가 경쟁력 강화,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우리 경제의 진로 등에 대한 공방은 보이지 않았다. 원자재 대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금리 인상 등 긴급 현안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TV토론은 입만 열면 수십조원을 풀겠다며 큰 소리치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후보들에게 변명과 허풍의 장으로 악용될 수 있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정치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위협할 위험이 크다. 진실을 가려낼 유권자들의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후보들도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큰 틀에서 나라의 내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진면목을 앞으로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선관위도 토론의 실효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