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2년]바이러스보다 위험한 코로나블루…5명중 1명 우울위험군

by이소현 기자
2022.01.20 05:03:00

사회적 거리 장기화에 대면 접촉 줄자 ''코로나 블루''
자살 생각 비율 높은 수준 ''위험''…2030세대 적신호
고독사 소식 늘어나…사회 취약 부분 도드라져
언택트 변화로 ''뉴노멀'' 시대…미래 사회 앞당겨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상이다. 마스크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되고, 회사마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가 하면 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잠깐만 멈춰 서면 금세 지나가리라고 여겼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 2년간 맹위를 떨치며 일상 곳곳에 침투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학교에 가고, 회식하는 등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어들자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이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의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18.9%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중에서 30대 여성의 우울증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자녀 돌봄과 가사, 높은 실업률이라는 삼중고가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다. 초등학생 1학년 자녀를 둔 김나희(36)씨는 “아무래도 여자들에게 육아의 부담이 더 크다”며 “집에 있으면서 일도 해야 하고, 육아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외부활동도 쉽지 않아 여러모로 우울한 편”이라고 말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며, 우울감이 분노감으로 표출되는 ‘코로나 레드’까지 국민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작년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10명으로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흉악범죄가 늘어난 것도 단적인 예다. 특히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입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자살 생각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조사에서 ‘자살 생각 비율’은 30대 남성(22.4%)이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17.3%)과 20대 남성(17.2%)이 뒤를 이었는데 현재의 주역인 2030세대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단 점이 확인됐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살률 증가 등 국민 정신건강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관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는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새해 첫날에는 서울 관악구 한 노숙인쉼터에서 50대 남성이, 지난달 말에는 종로구의 한 고시원 공용화장실에서 80대 고시원 주민이, 종로구의 쪽방촌에서 4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임종을 맞이하고, 뒤늦게 주검으로 발견되는 고독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 오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생존 시설이나 다름없는 복지관과 무료급식소 등이 문을 닫다 보니 복지에서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2021년 7월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
코로나19 3년 차, 언택트(비대면·비접촉)로 대표되는 ‘뉴노멀(새로운 일상)’은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다. 디지털이 만든 새로운 일상으로 방구석에서 BTS 콘서트를 즐기는 것은 물론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주문은 급속도로 ‘편리’하게 진화했다.

코로나19는 미래 사회에서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여러 시도를 앞당겨 실행해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직장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작한 재택근무는 업계 전반에 새로운 근무 형태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었다.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알려지며 이를 도입하는 기업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를 만들어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구축하거나 직방과 티몬 등은 아예 물리적 제약 공간이 없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오피스로 만들어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학교도 비대면 수업과 시험이 늘어나면서 수업의 질 저하나 부정행위 등 논란도 잇따랐지만, 양방향 온라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