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대디의 키즈세이프]맥주 한모금과 임신
by신민준 기자
2021.08.14 06:00:00
임신 중 음주는 태아에 악영향…인지장애 등 발생 가능성
[이대원 검단 탑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무더운 여름이 지나는 것 같습니다. 저녁이면 살짝 시원한 바람도 느껴지구요. 하지만 곧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어젯밤에는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 냉동실에 잠시 넣어뒀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 가득이와 집에서 여름 휴가기간 씨름을 해서인지 아니면 당직으로 인해 잠이 부족해서인지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를 깜빡하고 그만 잠들어버렸습니다. 아침이 돼서야 꽝꽝 얼어버린 맥주캔을 냉동실에서 꺼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만간 시원한 맥주를 마시겠다고 다짐하며 이번에는 술과 관련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음주에 대해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관대한 것 같습니다. 간혹 뉴스를 장식하는 여러 범죄도 음주상태에서의 처벌은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아 이슈가 되는데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술을 맛보게 하거나 임신 중인 여성들에게도 술 한 잔 정도는 권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응급실에 있다 보면 임신을 하신 여성분이 술을 먹고 오시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보기 때문입니다.
과연 임신한 여성에게 술 한 잔도 괜찮을까요. 먼저 임신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임상적으로 임신의 전체 기간을 3분기로 구분하며 분기(Trimester, 3개월)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임신 초기라 부르는 임신 1분기(1st trimiester) 에는 대부분의 산모들이 음주에 대해 적은 양이라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2분기(2nd trimester) 이후는 적게 마시는 것은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임신 중 어떠한 시기에도 음주는 절대 우리의 소중한 아이에게 안전하지 않습니다.
즉 태아의 발달과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 FASD)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이 용어는 알코올로 인해 태아에게 발생하는 여러 증상을 표현하는 의학용어인데요. 결국 임신 중 알코올은 어느 시기든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음주를 경험한 산모 중 대략 3~5%에서 발생합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경우 임신 중 태아상태에서 이 질병을 진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태아알콜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아이의 인지장애 발생 가능성입니다. 우리의 뇌는 한번 손상을 받으면 다시금 회복되지 못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치료도 더 많은 손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주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세상을 구경하지도 못한 우리의 소중한 태아의 뇌 손상은 산모의 부주위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고 뱃속에서 그것을 표현하거나 막을 능력조차 없다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태아가 알코올에 노출된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증상이 아이의 기억력 장애, 언어발달의 장애, 과잉행동장애 입니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태아 얼굴기형 혹은 변형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제 기억에 남는 환자분 중 정말 심한 입덧으로 응급실에 온 산모가 있습니다. 이 분이 하시는 말씀이 정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그 분께서 하신 말씀이 남편이 집에서 맥주를 시원하게 한잔 마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참기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부모가 되는 과정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임신을 하면 산모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게 됩니다. 이 시간만이라도 아내와 같이 남편도 금주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