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덕에 소득 늘었지만 물가 더 올랐다

by이윤화 기자
2021.07.04 08:00:00

1분기 가구 명목 소득 0.4% 증가는 정부 지원 영향
물가 상승률 고려하니 오히려 0.3% 감소해 여윳돈↓
2분기 물가, 9년만 최대폭↑…살림살이 더 팍팍해져

쌀값이 전년 대비 14.0% 오르면서 쌀을 주원료하는 상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즉석밥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에도 내수 소비의 기반이자 가계의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월평균 실질처분가능소득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추이. (자료=통계청)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1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0.8% 증가했지만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같은 기간 0.3%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경상소득(명목)에서 경상조세·사회비용·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빼서 산출한다. 여기에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구한 것이 실질 처분가능소득이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급 등 소득 증가와 별개로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가구당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의 증감률은 2019년 2분기에 2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작년 2분기까지 증가율이 상승세를 그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3분기 이후 둔화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 감소세로 전환했다.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9년 1분기(-1.2%) 이후 2년 만이다. 가구의 명목 소득이 늘고 비소비지출이 줄었음에도 쓸 여윳돈이 없는 것은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상의 전체 가계 소득을 따지는 경상소득(명목)은 정부 지원 덕에 늘었다. 1분기 경상소득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근로소득(-1.3%), 사업소득(-1.6%)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0.4% 증가한 438만4000원을 기록했다. 3·4차 재난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이전소득(16.5%)이 매우 증가한 영향이다.

또 가구당 실질 처분가능소득의 대표 감소 요인이었던 비소비지출도 같은 기간 -1.3% 줄었다. 부동산 취득 관련 조세와 상속증여세 등의 증가에 비경상조세가(48.9%) 늘었고 사회보험료(5.8%), 연금기여금(4.5%) 등이 증가했지만 이자비용이 2.9% 감소한데다 비영리단체로의 이전지출과 가구 간 이전지출도 모두 8.8%, 9.9%가량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통계청과 한은에 따르면 올 1~2분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물가목표치인 2%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지난 1월 0.6%에서 6월 2.4%까지 1.8%포인트가량 올랐다. 4월(2.3%)·5월(2.6%)에 이어 3개월 연속 2%대 상승하면서 2분기 물가는 2.5%를 기록해 지난 2012년 1분기(3%) 이후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2% 올라 3개월 연속 1%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의 여윳돈이 없어진 것은 명목소득 중에서도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험료와 세금 등이 오르고 물가마저 빠르게 상승하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