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과 거리두는 MZ세대…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기폭제될 것”

by최정훈 기자
2021.04.27 05:00:00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 인터뷰
“사무직 노조, 직접 협상 어렵지만 기존 노·사 누구도 무시 못해”
“MZ세대의 힘은 이슈화…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기폭제 역할”
“정부, 갈등 줄이려면 투명한 임금정보 제공할 인프라 갖춰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주축인 사무직 노조 출현의 원인을 생산직 위주의 기존 노조와의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본다. 특히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MZ세대가 주도하는 노조는 호봉제 위주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데 있어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직 노조가 출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지는 10년이나 지났지만 이제야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MZ세대의 가치관 때문”이라며 “과거 사무직은 생산직 노조의 노사 협상을 따라가는데 그쳤지만,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의 노조는 이런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사무직 노조가 사측과 직접 교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다만 기존 생산직 노조와 사측은 앞으로 청년층 위주의 사무직 노조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교섭노조 제도는 근로자 비중을 따지기 때문에 사무직 노조가 주요 교섭 지위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오 소장은 이어 “그럼에도 MZ세대 노조의 영향력은 조직력이 아니라 SNS 등 온라인 의사소통을 통한 이슈 만들기에 있다”며 “사측은 회사가 계속 이슈화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기존 노조도 MZ세대에게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또 다른 방식으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고 했다.

오 소장은 그러면서 “기존의 노사 관계는 상대방만 신경을 쓰면 됐지만 이제는 공동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제3의 세력이 나타났다”며 “아직 사무직 노조의 힘은 약하지만 앞으로 들어올 근로자가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노사 관계의 축은 기업과 기존 노조와 청년층으로 나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MZ세대 위주의 사무직 노조의 출현이 현재 호봉제 위주의 기업 임금체계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젊은 근로자들은 ‘지금은 불합리하지만 나중에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 기다리겠다’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MZ세대는 15년 뒤에도 이 회사에 근무할지, 이 회사가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이어 “기다리기보다 지금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나중에 본인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덜 받겠다는 게 MZ세대의 인식”이라며 “임금은 결국 근로자가 원하고 만족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측도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로 전환해야 할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노사 갈등에 청년층까지 가세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오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노사 간 공정한 협상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확한 임금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미국은 900개가량의 직무를 15개로 나눠서 등급별 임금분포 보여준다”며 “근로자는 이를 통해 자신이 해당하는 업무와 역랑에 따라 어느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기초 자료가 없으면 노조는 노조대로, 사측은 사측대로, 청년층은 청년층대로 자기한테 유리한 주장밖에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 소장은 “선진국에선 대규모 투자로 투명한 노동시장 정보 제공해 구직자, 인사담당자, 노조, 현직 근로자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효용성을 높였다”며 “노사 간 협상 출발점이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협상의 교섭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임금정보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