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의 심장토크]판막 상처의 염증으로 발생하는 ‘감염성 심내막염'
by이순용 기자
2021.04.04 08:17:35
[박신식의 심장토크]판막 상처의 염증으로 발생하는 ‘감염성 심내막염'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올해 40세인 김 부장은 2주전부터 미열이 나고 근육통이 있더니, 지난 주부터는 제법 열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려니 하고 며칠을 참았지만, 증상은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더니 어제 저녁부터는 갑작스럽게 숨이 차기 시작했다. 그전에 심장 판막에 좀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술할 정도도 아니라고 해서 정기 검진 받는 것 말고는, 병원에 가는 일도 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상황이 다른 것 같아 곰곰히 생각해 보니, 1년에 한번 정기 검진을 해 주던 심장내과 박 과장이 열이 나면 병원에 와 보라는 이야기를 했던 생각이 나서 월차를 내고 심장내과를 찾았다. 심장내과 박 과장은 증상을 들어보고 몸 여러곳을 살펴보고,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 보더니 ‘감염성 심내막염’인 것 같다고 빨리 입원해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 몸의 피부나 점막에 상처가 나면, 세균들이 혈관을 타고 몸속 곳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렇게 세균이 혈액 내에 있는 상태를 균혈증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은 혈액 내에 있는 백혈구들이 세균을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발열이 있다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혈액 내를 돌아다니던 세균들이 혈관벽에 달라붙어서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혈관에 상처가 있고 상처 부위에 혈액 공급이 많지 않은 경우에 그렇게 되기 쉽다.
혈관이 혈액을 담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혈액 공급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어렵지만, 심장의 판막은 혈관분포가 없는 결체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혈액이 직접 공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판막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판막을 통해 지나가는 혈액의 속도가 빨라져서 판막이 상처를 받게되기 쉽다. 그래서 심장판막 질환이 있는 경우 판막 질환 자체는 심하지 않더라도, 판막의 상처 부위에서 균이 자라서 염증이 생기는 ‘감염성 심내막염’이 생길 수 있다. 판막질환으로 수술을 받아 인공 판막을 가지고 있거나, 선천성 심장병으로 인공조직을 이용해서 수술을 받은 경우에 감염성 심내막염의 위험이 높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대부분의 경우 2주~4주간의 항생제 치료로 완치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세균에 의해 망가진 판막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해야 하기도 한다. 치료 과정이 간단하지 않고,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감염성 심내막염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균혈증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상처가 난 경우 잘 관리하여 염증이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많은 균들이 존재하는 구강의 위생 상태를 잘 유지하도록 신경써야 한다. 특히 인공판막을 가지고 있거나, 선천성심장병으로 인공치료재료를 사용하여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은 경우에는, 구강 점막에 상처가 나는 치료를 받는 경우에, 균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시술 전 후에 ‘예방적 항생제’를 투약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