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길의뒷담화]3차도 안 풀렸는데, 4차 재난지원금 거론되는 이유

by최훈길 기자
2021.01.03 08:00:00

11일부터 3차 지원금 지급되지만 한계 있어
내달 백신 접종에도 자영업 피해 계속될듯
올해 상반기 고용한파까지, 취준생 타격
민간 경기 위축돼 확장적 재정 역할 필요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올해 2분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인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이르면 4월에 자영업·일자리 지원 추경, 즉 4차 긴급재난지원금이 편성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세종시 도담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임대문의 알림판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이 뚝 끊기고 높은 임대료까지 겹쳐 자영업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3차 재난지원금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으로 명명된 이번 대책의 골자는 자영업자 등 580만명에게 오는 11일부터 9조3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3차 지원금이 아직 집행도 안 됐는데 4월 추경이 전망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재난지원금의 ‘3개월 효과’ 때문입니다. 정세은 교수는 “작년 선례를 볼 때 이번 재난지원금 효과는 3개월 정도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뒤 5~6월 소매판매는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3개월째인 7월에는 마이너스(-6.0%)로 전환됐습니다. 2차 지원금 효과는 더 짧습니다.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9월에는 소매판매가 플러스였지만, 10~11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백신 접종에 따라 경기 흐름은 바뀔 수 있습니다. 2월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에 따라 2분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구매한 백신은 전체 인구를 초과한 총 5600만 명분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올해 1분기, 얀센과 모더나는 2분기, 화이자는 3분기로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예산 조기집행의 효과도 봐야 합니다.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2.4%를 배정했고 이 중 사업비 집행목표를 63%로 설정했습니다. 내년도 전체 예산(558조원) 중 인건비·경비 등을 제외한 관리대상사업비(320조원)의 63%(202조원)를 상반기에 투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조기집행률이자 최대 수준의 조기집행 사업비입니다.



그럼에도 4월 추경이 전망되는 것은 자영업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12월21~27일) 서울 소상공인 점포의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보다 61%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 시기인 9월 첫째 주(-37%)와 비교해도 매출 감소폭이 두배 가량 커졌습니다. ‘자영업 상처’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소상공인단체 등에서는 벌써부터 3차 지원금 이후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고용한파까지 겹칠 전망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 5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 계획인원(작년 4분기~올해 1분기)은 25만3000명에 그쳤습니다. 이는 고용부가 2011년 이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소 규모(매년 4분기~익년 1분기 기준)입니다. 12월 수출이 플러스(12.6%) 전환됐지만, 후행지표인 고용지표는 올해 상반기에도 녹록지 않을 전망입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 번 잃어버린 일자리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현재 국면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는 더 어렵다”며 “고용위기 상황은 정부의 예상대로만 간다 해도 집단면역이 가능한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재난지원금 지원 방식을 둘러싼 논란, 지원금 형평성·사각지대 논란, 국가채무 증가 등 재정부담 논란, 소득 양극화 문제 등이 불거질 전망입니다. 정답이 없는 논쟁이 예상됩니다. 미래세대에게 무작정 빚을 떠넘기는 ‘철없는’ 행동도 문제지만, 자영업·저소득층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재정을 아끼는 건 ‘자린고비’라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정세은 교수는 “주식·부동산 부자들은 코로나에도 자산이 증식되지만 극빈층은 더 힘들어지는 양극화가 올해 더 심해질 것”이라며 “IMF, OECD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재정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재정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고 지적했습니다. 민간이 위축된 현 상황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올해는 더 고민해야겠습니다.

= 한 해 예산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기존 예산을 수정한 예산이다. 옛 재정법(23조)에는 추가예산과 경정예산을 구분했는데, 현 국가재정법에서는 이를 포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추가예산은 본예산을 증액한 예산, 경정예산은 본예산 한도 내에서 변경을 가하는 예산을 뜻한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해 추경이 확정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은 총 35조1000억원 규모로 2020년 7월3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이다. 추경은 2015년부터 매년 편성됐다. 2015~2019년은 각 1회, 2020년에는 4차례 추경이 편성됐다. 한 해에 4차례 추경이 편성된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