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류마티스 악화시키는 태반성장인자 역할 규명
by이연호 기자
2019.08.13 00:00:00
병든 림프구 자극해 류마티스 악화…난치성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청신호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병든 림프구를 자극해 류마티스를 악화시키는 핵심인자를 밝혀냈다.
|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조직에서 수행한 현미경 사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로부터 얻은 관절조직에서 면역조직염색을 수행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혈관(붉은색, 왼쪽 위) 주위에 근접해 수많은 림프구(초록색, 오른쪽 위)가 침윤돼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조직에서 림프구들을 인터루킨 17(흰색, 왼쪽 아래)에 대한 항체로 염색했더니 상당한 수의 림프구가 인터루킨 17을 발현하고 있었다. 세 가지 색깔의 염색을 통합한 사진 (염색-통합, 오른쪽 아래)은 혈관-림프구-인터루킨 17간의 삼각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를 잘 보여준다. 사진=한국연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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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은 김완욱 교수(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연구팀이 병든 림프구를 자극해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혼란에 빠트리는 결정적 인자를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병든 림프구에서 다량 분비돼 혈관형성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등 류마티스를 악화시키는 인자로 태반성장인자의 역할을 규명한 것이다. 향후 태반성장인자를 조절하는 방식의 난치성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반성장인자(placental growth factor, PlGF)는 혈관을 생성시키는 주요인자 중 하나로 임신 중 태반에서 생산되어 태반 내 혈관형성과 영양막 성장을 촉진시킨다.암, 만성염증, 죽상경화증 등 질병상황에서 병을 일으키는 물질로 작용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 내에는 정상 관절에 비해 태반성장인자가 4배 이상 증가돼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서는 병이 생긴 부위에 혈관이 잘 발달돼 있고 혈관 주위에 병든 림프구가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로 가까이 있는 혈관과 림프구의 상호작용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게 없었고 실제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태반성장인자가 인터루킨 17의 상위 조절자로서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인터루킨 17은 병원체에 대한 숙주방어 또는 이상 면역반응 유도 등의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실제 류마티스 관절염과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서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림프구가 크게 증가돼 있으며 이를 차단하는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 태반성장인자를 만드는 림프구를 제거한 생쥐의 다리에 만성염증을 유도한 결과 뒷다리 관절의 붓기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병든 면역반응이 줄어들고 염증반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반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태반성장인자를 많이 만드는 림프구를 만들었더니 인터루킨 17이 증가하면서 증상이 나빠졌다.
김완욱 교수는 “태반성장인자를 억제할 경우 혈관의 증식과 림프구의 비정상적인 활성을 감소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부작용 없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난치성 면역질환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핵심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8월 1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