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세수 감소에 전자담배 세율 인상 검토…쥴 가격 오르나

by조해영 기자
2019.08.06 00:00:00

행안부·기재부·복지부 합동 연구용역 착수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조정 방안 연구
빠르면 10월 말 결과…전자담배 가격 오를까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 제품인 ‘쥴’(JUUL)의 한국 정식 판매가 시작된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GS25 동자제일점에 쥴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전자담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수가 급감하자 정부가 세율 조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이어 지난 5월 중순 등장한 쥴 등 CSV(Closed System Vaporizer) 전자담배(소비자가 니코틴 등 용액량을 조절할 수 없는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가 한 달 반 동안 600만갑 넘게 팔리는 등 전자담배는 기존 일반 담배를 대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일반담배에 비해 세율이 낮은 전자담배가 확산하면서 담뱃세 수입이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한 보건당국의 금연 확대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점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담배 판매량은 16억7000만갑으로 전년동기(16억8000만갑) 대비 0.6%가량 감소한 가운데 일반 담배의 판매량 감소분을 신종 전자담배가 메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 담배 판매량은 14억7000만갑으로 전년동기(15억3000만갑) 대비 3.6% 감소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1억9000만갑으로 전년동기(1억6000만갑) 대비 24.2% 증가했다. 전자담배 판매가 늘면서 올해 상반기 담배 제세부담금은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정도 줄어든 5조원이 걷혔다.

특히 CSV 전자담배가 지난 5월 판매를 시작한 뒤 6월 말까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600만 포드(pod·1포드=1갑)가 넘게 팔리는 등 빠르게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대체하면서 담뱃세 세수 감소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쥴랩스코리아의 쥴과 KT&G의 릴 베이퍼 등 CSV 전자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서도 세율이 낮다.

현행법에 따르면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는 소비자가격 대비 세금 비중이 39.3%로 일반 담배(73.8%)나 궐련형 전자담배(66.8%)보다 크게 낮아 판매 전부터 과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3개 부처는 이달 중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조정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계약할 예정이다. 연구는 한국지방세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결과는 빠르면 10월 말쯤 나온다.

현재 담배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이 붙는다. 국세와 지방세, 기금 등이 섞여 있는 만큼 3개 연구기관은 각 분야를 중심으로 세율이 적합한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번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인상 방안을 포함해 세율 조정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의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에 따른 담뱃세 변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10%포인트 늘 때마다 담뱃세 중 하나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약 2000억원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담배는 청소년 흡연을 유도한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쥴 출시 이후 미국에서는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세련된 모양에 냄새도 덜해 청소년 입문용 담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을 끌어 올려 가격 인상을 유도함으로써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아직 쥴이 국내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시장동향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3분기 동안 전자담배의 판매량 데이터를 보고 세율 인상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CSV 전자담배의 판매 비중은 지난 2분기 0.7%에 불과했지만 점유율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제세부담금에서 담배 간의 불형평성이 있고 최근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 입문용 담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용역을 진행해 빠르면 10월 말쯤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