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봉쇄 동참” 요구에… 다시 떠오르는 ‘사드 악몽’

by김현아 기자
2019.05.24 05:00:00

4월 ICT 무역수지 중국(홍콩포함, 44.4억불)·미국(8.2억불) 흑자
미국과는 안보에서도 공고한 관계
미국 정부, 한국에 화웨이 제재 동참 요구해와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 방한..정부 부담 커져
정부 신중..미국 상무부 행정명령 후속조치에 촉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중국 최대 통신장비 생산업체 화웨이(華爲)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미국이 한국에도 거래 제한 동참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은 모두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효자국이기 때문이다. 올해 4월 ICT 수출액은 152.2억불, 수입액은 94.8억불, 수지는 57.4억불 흑자로 집계됐는데, 중국(홍콩포함, 44.4억불)·미국(8.2억불) 등에서 흑자를 봤다.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안보에서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6년 7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정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후 미 상무부가 발표할 후속 조치를 보면서 국익에 따른 가장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4월 17일 열린 중국 상하이오토쇼의 화웨이 부스 모습. 사진=AFP
2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부터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

이달 2일과 3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EU 28개 회원국과 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30개국이 넘는 관계자들이 참석한 ‘5G 보안 컨퍼런스’에서 미국은 소위 ‘프라하 제안서’라는 선언문을 통해 “제3의 국가에 근거지를 둔 공급자가 가진 영향력과 위험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되, 특히 거버넌스 모델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라는 의미다. 이미 호주, 일본 등은 화웨이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여기에 다음달 말에는 미중 무역분쟁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다.

정부는 신중하다. 외교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미국은 5G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우리도 이러한 입장을 알고 있다”면서도 “한-미 양국은 동 이슈에 관해 지속 협의해 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신중한 반응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 관할 민간 분야에서 화웨이의 정보통신기술 또는 서비스의취득, 수익, 이전, 설치, 거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상무 장관은 금지될 거래의 사전 조건을 정할 수 있고, 다른 부서장과 협의해 행정명령 시행에 필요한 규칙을 정하고 금지되는 거래의 중단 시점 및 방식을 지시할 수 있다. 미 상무 장관은 행정명령일로부터 150일 이내에 세부 시행규칙을 발표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거래제한 기업을 발표했지만 이는 통상적인 조치다. 더 큰 문제는 상무부가 행정명령에서 위임된 후속조치를 어떻게 특정하느냐”라면서 “거래 중단의 대상을 어디까지할 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제재)까지 할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지역 통신사는 5G는 아니지만 LTE 등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는 곳이 많다”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국가여서 정부가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KT가 화웨이 스마트폰 재고가 없어지는 대로 거래를 중지할 것을검토한다’는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에 대해 “화웨이 제품이 순조롭게 판매되고 있다.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판매 중단 등을 검토한 적 없다”며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언론사에 보도 정정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