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P·무선충전 내려놓은 삼성전기, MLCC·카메라모듈에 집중
by김종호 기자
2019.05.09 05:20:00
지난달 30일 PLP 사업 삼성전자에 양도 결정
같은달 19일에도 무선전력전송 사업 등 매각
주력 사업 위주 사업 개편 위한 ''선택과 집중''
확보한 자금 고스란히 미래 투자 전환 전망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만 무선충전과 PLP(Panel Level Package) 등 약 8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내려놓았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와 카메라모듈 등 기존 주요 사업에 집중 투자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PLP 사업을 오는 6월 1일까지 삼성전자(005930)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양도금액은 7850억원에 달한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데 필요했던 인쇄회로기판(PCB) 없이도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삼성전기는 2015년부터 차세대 패키지 기술인 PLP 개발을 추진했고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용 AP패키지를 양산하는 등 사업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칩부터 패키지까지 원스톱(One-Stop)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가 높아지는 데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삼성전자로 양도를 결정했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달 19일에도 모바일 무선전력전송 사업과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코일 사업을 국내 중견기업인 켐트로닉스에 210억원에 양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삼성전기가 불과 열흘 사이 8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정리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1조181억원)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여러 위기에 봉착했다. MLCC와 카메라모듈, 기판, 센서 등 주력 사업에서 중국 등 업체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둔화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기는 지난 1분기 실적이 매출 2조1305억원, 영업이익 1903억원에 그치면서 전 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25% 급감했다.
결국 MLCC와 카메라모듈 등 주력 사업에서 고사양(하이엔드·high-end) 제품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 재편,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게 삼성전기의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 간 연계성을 고려해 시너지 효과가 적거나 적자 폭이 컸던 PLP와 무선충전 등 사업 정리를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급속한 성장이 전망되는 전장용MLCC · 5G 통신모듈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전략적 관점에서 PLP와 무선충전 등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며 “주력 사업에 대한 경영역량을 집중하면서도 삼성전기만의 핵심기술을 활용한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PLP와 무선충전 등 사업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고스란히 미래 투자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은 물론 5G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 관련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MLCC에서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고사양 제품 개발로 비중 확대에 나선다. 전장용 MLCC는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율차 기술 향상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 업체가 제한적이어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수요가 부진한 IT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둔 톈진 공장에 이어 추가적인 전장용 MLCC 라인 전환 또는 증설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메라 모듈은 최근 스마트폰에 3~4개 카메라가 탑재되는 추세에 발맞춰 고해상도·광학줌·3D센싱·초광각 제품 개발을 이어간다. 기판 역시 차세대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과 안테나용 저손실 기판, 5G 통신모듈 등 고성능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최근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액만 봐도 지난해 5324억원으로 불과 2년 사이 1240억원 가까이 투자를 늘렸다”면서 “이번에 PLP와 무선충전 등 사업 정리를 통한 수익의 상당 부분 역시 MLCC 등 주력 사업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