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9.04.29 05:50:53
분쟁조정위, 가입자 손 들어줘
보험사, 가입자 ''간경화 안 알렸다''며 계약 해지
''발병 사실 늦게 인지'' 밝혀지자 해지 사유 ''당뇨병''으로 바꿔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 감독 당국이 보험회사가 보험 계약자의 계약 전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임의로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최근 이 같은 취지의 조정 결정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분조위는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금감원 산하 기구다.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12월 A씨의 남편을 보험의 보장 대상(피보험자) 및 보험금 수령인(보험 수익자)으로 하는 무배당 보험 계약을 B보험사와 맺었다. A씨의 남편은 보험 계약 체결 이듬해인 2016년 11월 간암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암 진단비 등 보험금을 청구했다.
문제는 A씨의 남편이 보험 계약 체결 전인 2012년 건강 검진을 받으며 “간이 정상인보다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내과에서 당뇨병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는 점이다. B보험사는 2017년 2월 이런 사실을 담은 손해사정사의 심사 보고서를 전달받고 그해 3~4월 A씨가 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간 경화 사실을 일부러 숨겼으니 보험 계약을 해지하며 보험금도 줄 수 없다고 통지했다. A씨가 보험 약관에 있는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 의무)’를 어겼다는 것이다.
실제 B보험사는 A씨가 처음 보험 계약을 맺을 때 청약서에서 ‘최근 5년 이내 암·당뇨병·간 경화증 등 11대 질병으로 질병 확정 진단이나 치료·입원·수술·투약 등을 받은 적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적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회사 측에 과거 간 경화 진단 사실을 고의로 알리지 않은 만큼 간암 보험금을 줄 수 없고 보험 계약 자체도 무효라는 얘기다.
다만 B보험사는 A씨의 남편이 간암 진단을 받은 2016년에야 병원에서 자신에게 간경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해 2017년 7월 보험금 1366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A씨의 남편은 해지한 보험 계약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B보험사는 과거 당뇨 치료 사실을 숨긴 것도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사유라며 이를 거절했다.
분조위는 최종적으로 A씨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 계약이 유효’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