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테러조직' 지정 공방…뒤에서 웃는 이스라엘(종합)
by이준기 기자
2019.04.09 04:11:07
美의 ''이란핵협정'' 탈퇴 1주기 한달 앞두고
美,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단체 전격 지정
이란, ''美중부사령부'' 테러단체 규정 ''맞불''
이스라엘 총리 "美, 내 요구받아줘 고맙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1주기를 정확히 한 달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상대국의 정부 조직을 ‘테러단체’로 규정하며 강력한 기 싸움을 벌였다.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 최정예군(軍)인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공식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밝힌 뒤 “국무부가 주도한 이번 전례 없는 조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일 뿐만 아니라 IRGC가 테러리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국정 운영의 도구로서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외국의 정부조직을 테러단체로 규정한 건 처음이다. 미국은 이란의 대(對) 해외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 등 IRGC와 관련한 단체 및 개인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은 강행해왔지만, 아무리 적성국이라고 해도, 이번처럼 외국 정규 군사조직 전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전례는 없었다. 이란 정권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외국 정부조직에 대한 첫 FTO 지정과 관련, “그건 이란의 행동이 다른 정부의 행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며 “이 조치는 이란 정권에 대한 우리 최대압박의 범위와 규모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IRGC와 사업을 수행하거나 IRGC에 지원을 제공할 경우 이는 테러리즘에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미국 이민 및 국적법 제219조에 따라 이번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이란 국민이 자유를 되찾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이란 국민을 위한 것임을 부각했다.
IRGC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친미(親美)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한 조직으로, 이라크 시아파 통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정규군과 별도로 창설됐다. 이란 헌법에 따라 이란 정규군의 산하 조직으로 이란 안보와 신정일치 체제, 경제력의 군사적 중심축으로 잘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과 대척점에 선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 점이 미국에 밉보였다.
이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조직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이란) 외무부의 요청을 수용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이와 연관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침략적 중동 정책을 강행하는 미국 정권을 ‘테러지원 국가’로 칭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IRGC=테러조직’ ‘이란=테러지원국’ 표현을 그대로 본떠 되갚은 것이다.
일각에선 정적인 이스라엘을 겨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도 트위터에 이번 미국의 조치를 이스라엘의 계략으로 봤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나의 또 다른 요구를 받아준 점이 고맙다”고 미국의 조치에 고마움을 표현한 뒤, “이 요구는 우리나라와 지역 내 국가들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썼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이란 정권에 맞서 다양한 수단으로 계속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